무릎보다 훨~씬 높이 있는 짧은 반바지가 유행이다.
바지사이로 늘씬한 두 다리에 내 시선이 머무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너무 추워보여서다. 다른 뜻은 없었다.
오늘 스쳐간 고등학생은 살색스타킹을 신고 치마를 짧게 올려 입었다.
나도 모르게 '아 추워라'하고 그 학생 대신 말해줬다.
나는 위아래 내복을 정갈하게 맞춰입고, 양말은 두겹을 신고 목폴라에
넙적다리의 절반은 더 덮는 길이의 두꺼운 패딩점퍼를 입어도 느껴지는
찬바람에 망연자실하고 있는 중이었다.
여학생들에게 겨울에도 치마를 입히는 것은 정말 가혹한 일이다.
여학생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잘 모른다만.
근데 생각해보면 나 학교다닐때는 얇은 스타킹 하나 신고,
어쩌다 너무 바쁜 아침에는 그것마저 생략하고도 한겨울에
등하교를 무사히 했다.
두껍게 옷을 입으면 학교에서 활동하기 불편하다고 나는 절대
상의도 교복와이셔츠에 조끼, 자켓말고는 더 입지도 못했다.
그렇게 코트도 안입고 내복없이도 겨울을 나던 시절이 있었는데.
정말 어느순간부터 나는 엄청나게 추위를 못견디고 있다.
특히, 초겨울부터 입기 시작하는 내복은 일단 한번 입어놓으면 벗을 수가 없다.
그것이 갖춰지지 않은 의복으로 외출하는 날은 마음이 다 휑한 기분이다.
이렇게 된게 불과 1,2년 사이다.
고등학생때 겨울이 견딜만 했던 것은 지금보다 젊어서는 아닌 것 같다.
피가 식기에는 내 나이 아직 청춘인걸.춥다, 춥다하니까 더 춥다.
춥다는 생각에 지레 겁먹으니까 추위를 더 견디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엊그제쯤은
갑자기 찬바람에 코가 시렵고 싶고 길거리에 오뎅국물냄새 맡으면서
딱 1시간만 아무생각 없이 걷고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날이었는데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나는 괴롭다는 생각없이
거리를 쏘다닐 수 있었다.
내 피가 식었다거나
날씨가 너무 추워서가 아니라
내 마음이 몸살기운이 있었던거다.
움직이지 않고 웅크리고 있느라 겨울이 더 춥게 지나간다.
내 몰골도 점점 기능성 옷들에 맞춰가느라 참,
못볼 꼴을 갖춰간다.
내일은 오랜만에 이쁜 옷으로 하나 골라입고 강남역이나 두어시간 쏘다녀야 겠다.
흠, 그래도 내복은 차마 못벗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