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다니면서부터가 문제다.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고 마음이 여유로워지니까 여기가 천국이다 싶었는데 그건 잠시일 뿐이다.
생각이 많아지다보니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생각들이 덩달아 늘어난다.
나를 완벽한 틀에 맞추려는 버릇이 다시 나타나는 것이다.
사랑하는 동안에 나온다는 호르몬은 사람을 긍정적이고 활기차게 만들어주나보다..
네이버에 한번 물어봐야 겠다.
차분하게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주는 적이 많았던 내가
친구들 만날때마다 따발따발 내 이야기만 늘어놓지를 않나
병적인 낯가림이 문제였던 것이 너무 아무에게나 들이대는 문제로 바뀌기도 했다.
사랑이 정리됨과 동시에 거짓말처럼 내가 벌려놓은 활기참이 짐짝처럼 거추장 스러웠다. 숨을 고르고 잠시 어디 숨어있다가 나오고 싶다.
좀 입을 다물고 기운이 빠진채로 시니컬하게 머물고 싶다.일종의 충전의식 같기도 하다.
사람도 책도 영화도, 닥치는대로 마냥 의욕이 앞서던게 불과 한달전인데.지금은 하다못해 내 자신조차도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그동안 나는절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소개팅에도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나가 앉아보고,두 번할 것은 못 된다고 생각했지만.
야외로 바람쐬러갈 약속을 줄줄이 잡아놓고,아직도 실행되지 않은 약속들을 취소하고 싶어 죽겠다.
정신을 차려보니 5월이었다.
애써 끼워맞추는 것 같지만, 어쩜그리 꼬일수가 있나 싶었던 작년 5월이 떠올랐다.
하루건너로 다 큰 처녀가 길에서 울고 다닐만큼 피말랐던 작년 봄을 생각했다.
상황이 그 만큼 절망적인 것은 아니지만 마음은 그 만큼 딱 생기가 없어져 버렸다.생각해보니 내 5월 항쟁의 역사는 고3 무렵부터 줄곧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놈의 맑은 날씨와 대조를 이루어 안그래도 어둔 맘이 더 어둑해 보이는 것 같다.
징크스 핑계나 대고 있다. 바보같이.논리적으로 내가 왜 이런 상태이고 어떻게 벗어날지를 찾는 일도 귀찮아서그냥 5월이기 때문이라고 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