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라이팬 손잡이가 떨어져 나갔다.
엄마는 "이제 막 길들었는데"라며 절망하듯 아쉬워 했다.
후라이팬도 길드느냐고 물어봤다.
그렇단다. 오래쓰면 코팅이 벗겨질텐데도 길이 들면 오히려 적은 기름으로도 잘 눌러붙지 않게 된단다.
엄마들 세계에선 왕왕 잘 알려진 이야기라고 한다
계량컵 없이도 정확한 간을 맞추는 능력자들의 말이니 과학적 근거 없이 그것만으로도 신빙성은 있다.
근데 다만, 과학적이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냥 드는 생각이,
후라이팬이 길들여진건지 후라이팬에 길들여진건지 ..하고 생각했다는 거다.
오래 신은 신발은 내 발에 맞추어 모양이 조금 변한다.
근데 변하는 건 신발모양뿐이 아니다. 신발마다 내 발다닥에 들어가는 힘의 포인트가 조금씩 다 다르다.
나 역시 처음 신발을 신고 걸을 때 어정쩡했던 발걸음이 시간이 지날 수록 그 신발을 신고 걷는 법을 터득해 나중엔 자연스런 걸음걸이로 변하게 된다.
어느 한 쪽에 길들여 진 것이 아니라 서로 친해진 것이다.
길들거나 길들여지는 것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관계에서는 내가 끌려간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그렇다고 내가 일방적으로 누군가에게 좌지우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관계에선 거기가 딱 중간인거다.관계에서 균형이 깨지면 유지 될 수 없으니까.
내가 손해본다고 생각하는 만큼 그 사람은 나에게 무엇인가 하나 양보하고 있는 것이다.
뭐가됐든!
오래쓰면 잘 눌러붙지 않는다는 게 포인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