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타락한 우리 자신으로부터 벗어나 이상적인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서 사랑을 한다.
그런데 그런 존재가 어느 날 마음을 바꾸어 나를 사랑한다면, 나는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 사람이 나 같은 사람을 사랑할 만하다고 인정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취향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그런 문제가 있는 사람이 어떻게 내가 바라던 대로 멋진 사람일 수 있을까?
마시멜로했던 일주일간의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복귀했다.
결국 또 그가 먼저 전화를 하게끔 만들고 말았다.
언제나 그는 기다려주고, 먼저 손을 내민다.
일주일동안 무슨 생각을 했냐면… 내가 지독히도 변덕스럽고 소유욕이 강한 사람이라는 사실
한없이 애정을 갈구하다가도 반대로 저 쪽에서 내게 헌신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하면 그 때 부터 마음을 꽝꽝 닫아버리고 만다.
아주 오랜만에 인간극장을 다시 보다가 허수경 말이 그렇게 와닿더라.
'누구나 마음에 장애를 갖게 되고... 몸의 장애처럼... 그리고 환경에서 결핍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인생인데 너한테는 너무 미안하게도 아빠의 부재라는 결핍이 있다.
그건 내가 대신해 줄 수 없다.'난 아빠의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다른 아빠가 있는 엄마들이 한 50 정도만 해도 잘 키울 수 있었다면 난 100을 할께.' 그래서 봐줘라. 대신 아빠로 인해 네가 부족한 부분은 엄마가 그래왔듯이 극복하는 힘. 네 인생에서 너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엄마와 통화하는 내내 눈물이 울컥 치밀어오를 것 같은 마음을 꾹꾹 눌러담았다.
스물 한 살이나 먹은 주제에 꼭 열한살 어린애처럼 엄마가 아주 많이 보고 싶다.
레포트를 쓰려 해도 글다운 글이 나오질 않는 걸 보면 어디선가 분명 상처받은 마음 한 구석이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죄다 꺼내서 쏟아붓고 싶건만 내 속의 방어기제가 절대로 놓을 수 없다며 고집스럽게 붙잡고 있다.
우습게도 전혀 고민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
나와는 전혀 맞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분야가 오히려 지금의 나를 굳건히 지탱해주고
쉽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분야에서 '있을 수 없는'실수를 하고선 겁을 먹고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평범하다는 소리가 그 어느 말보다도 싫어 언제나 조바심내고 바둥댔던
지난날들이 꿈처럼 느껴지는 요즘이다. 지극히 평범하고 지극히 무기력해진 자신을 발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라고 만다.
05.20
하루 늦었지만, 성인이 되어버린 21살 축하해요.
끝까지 읽지 못했던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를 다시 읽어보고 싶게 만들어주셨네요.
삶은 어쩌면 원래 아무렇지도 않은 것일거예요.
아무렇지도 않은 것에 감정이란 게 플러스되서 어려운걸지도 모르죠. :)
힘내세요,
그리고 행복한 어른이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