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잠자리마다 한 컵의 멍한 물을 떠놓고 자고 있어.
작년 이맘때쯤 비가 오던 날은 가난한 아들의 방으로
습기가 차고 어렵고 눅눅하기만했던 눈물로 얼룩진 밤이었지.
왜 우리는 무거운 가슴, 옥죄는 일을 겪어야 하는걸까.
냉수를 마시며 속을 차리고
참 오래 등돌리고 떠나갔던 친족들도 돌아오는데
오래도록 나는 떠나가는지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모든일에 혼으로 하지만 빨리 이 혼이 떠나가기를....
얼마간의 굴욕을 지불해야 통과한다는
어느 시인의 생명의 주석속에서
... 늦은 밤 쉬히 방으로 돌아가지 못하던
이 약한 육신으로.
너의 차디찬 눈망울에서
멀리 날아가는 새들의 세상을 본다.
H.
이 하늘아래 우리는 왜 신명나게 뛰어놀지 못하는지.
감사기도의 한 구절....에
잠을 들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