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게도 그 동안 잊어버린 줄 알았던 문사의 아이디와 비밀번호였는데
마우스로 아이디 입력란을 클릭, 커서가 깜빡깜빡 거리자 자연스럽게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떠올랐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학교의 기숙사. 청원군 강내면 다락리 산7번지에서 보낼 마지막 여름을 만끽하는 중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문사의 공개일기에 남겼던 글들을 검색해서 읽어보았다. 마지막 일기는 2006년 늦여름과 가을, 내 인생에서 맑게 개인 날을 전혀 찾아 보지 못했던 그 반 년간의 흔적이 남아있다.
그 때는 2년 후면 나에게도 변화가 찾아 올 거라 믿었다. 강렬하게 어른이 된 나의 모습을 떠올렸다. 중학교 때도 -아직 20대를 달리고 있던 프리 아저씨를 아저씨라고 불렀듯이- 스무살만 넘으면 자연스레 인생의 신념을 가진 어른이 되는 건 줄 알았다. 약간의 변화는 있다. 전에는 철 없고 자유분방하고 화도 잘 내고, 사람들의 눈이 나에게 집중되는 일을 즐거워하고 인간관계에도 신경을 많이 썼지만 지금은 조금 철이 들었을까, 아니면 눈치가 생긴걸까. 좋게 말하면 잘난체가 줄었고 어떻게 말하면 나도 평범한 사람이란걸 조금씩 받아들이게 되었다.
하지만 잘 모르겠다.
삶의 확신이란 게 아직 없기 때문이다.
나는 선생님이 잘 맞을 거라고, 초등학교 선생님이 최고 좋은거라는 주위 사람들의 말로 순간순간을 합리화 하며 버텨나가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두 번의 교육 실습을 나가면서 "선생님"이라고 불러주는 아이들의 모습에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고 힘도 났다. 그렇지만 모든게 '무리'하고 있는 거란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다. 지금 열성을 다해야 할 일에 대한 동기가 약해지니 삶의 확신이란게 생길리가 없고 해야 할 일들이 즐겁지 않다.
그런데 이렇게 꿈꾸지 않던 미래를 애써 부정하다가도 신기한 일이 생긴다.
"선생님, 사랑해요! 꼭 다시 오세요."
어제 이 꿈을 꾸고 말았다. 교생실습 마지막 날 내내 울음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던 녀석들
그렇게 화도 잘 내고 상냥하지도 않던 선생님을 끝까지 믿어준 녀석들 생각이 말이다.
거진 마무리가 된 학점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고
공부해야 할 교육학과 교육과정 책, 영어 면접 준비에 부담감을 느껴 계속 놀아대고
다 떼 내고 도망치차 싶다가도,
가끔 생각나는 끝이 없는 아이들의 신뢰와 믿음을 다시 한 번 마주하고 싶다는 생각해
때려쳐도 그 때 때려치자, 한 번만 더 만나보고 결정하자 하면서 이 여름을 이겨나가고 있다.
영어가 싫어서 절대 영어는 쳐다도 안 보는 일을 할거라고 그렇게 다짐했는데
이렇게 될줄은 몰랐다. English Immersion 에 대한 논평을 쓰고 면접 준비를 하고.
게으름 피우지 말고 빨리 시작해야지.
문사에 오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