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참, 절제라는 단어를 잃어버리고 사는 나를 발견했다.
분명,
담배도 처음에는.
그렇게 힘들 때가 아니면 피질 않았던 담배도.
회사에 다니기 시작한 지 딱 한 달이 지난 후부터 피우기 시작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머리 끝까지 화가 나서 못 참을 때만,
옥상에 올라가서 피고 내려오곤 했는데.
이제는 시든때도 없이, 옥상에 올라가서,
적게는 하나, 많게는 3개피씩 피고 내려온다.
절제력의 상실.
술도 마찬가지다.
소주 반 병이든, 한 병이든.
아니면 맥주를 마시고 들어온 날이든.
집에 와서는 고새 또 맥주 한 캔을 손에 쥐고 있다.
그 맛을 음미까지 하면서.
예전엔 목으로 넘어가는 맥주의 그 따끔한 맛이 싫어서 꺼리곤 했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나이랍시고 나이를 먹었나.
샤워 후에 마시는 맥주가 그렇게 좋을 수 없다.
간만에 일찍 퇴근이라도 하는 날이면,
찬 물에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맥주 한 캔을 들이키다가,
나도 모르게 지쳐 잠드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내 삶에,
절제도 없지만,
재미도 없다.
매일 매일,
24시간 하루같이 회사에서 사는 동안.
늘어만 가는 야근과 철야와 스트레스와 술 그리고 담배까지.
몸에 안 좋다는 일을 다 하고 다니는 동안,
남들 코피 다 쏟을 때,
나는 그 흔한 코피 한 번 안 쏟고,
짙어가는 다크써클 빼고는 지나칠만큼 튼튼하게 버텨가는 동안.
3월부터 6월까지 정신없이 일에 파묻혀 지내오는 동안.
재미라는 걸 잃어버렸다.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는,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잘 못하고.
언제 한 번 보자며, 친구들에게 건네는 일종의 안부같은 것들도,
이제는 정말이지 인사치레가 되어버린 것만 같다.
뭐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을까.
한참동안이나 책도 싫고 글도 싫어서.
언제 사놓았는지도 모를, 공지영의 '즐거운 나의 집.'
이제서야 다시 집어들기 시작했다.
시 한 편이라도, 소설 한 편이라도 써보고 싶은데.
딱히 힘들 일도, 그리고 딱히 쓸 이야기꺼리조차 없어서
멍하니 앉아만 있다.
오늘 아침 회의.
7,8월 중에 평일 4일 휴가를 쓸 수 있다는 말.
다들 친구들과 휴가를 맞춰봐야 한다며, 들떠 있었지만.
문득 떠오른 생각.
나는 누구랑 어디를 가지?
어제 만난 10년지기 친구가 휴가가 생기면 뭐 부터 할 거냔 말에,
나는 일단 잠부터 자고 시작하겠다고 했었다.
그리고 혼자 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었다.
휴식이 필요한걸까.
마냥 돌아다니면서, 글 쓸 꺼리들을 찾고 싶다.
처량해보일까?
학생땐 방학이 되면, 끝까지 못 쓰고 중도 포기하더라도,
뭔가 소설 한 편쯤은 구상하고 쓰기 시작했는데.
이번엔 그럴 여유도 없겠지.
분명히.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재미를 잃어가고 있다.
정통 광고가 아니라서 그런가.
카피랍시고 쓰는 것들도 그저 글자나부랭이에 지나지않아서 그런가.
뭔가 가슴이.
뜨거운 것 같으면서도 허하다.
이대로 주저앉아버리기엔 내 열정이 너무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