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모습으로 사람들이 살아간다. 여행만해도 그렇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마음이 원한다면 걸어서 하늘까지 갈 사람도 있고 내 친구 누구는 여행을 가도 가이드와 숙소와 일정이 짜여져 오차범위 -3%의 100% 안정성을 보장 받아야 움직인다.
나는 이래도 저래도 상관없는 어정쩡한 내 모습이 싫었는데 요즘은 부쩍 특정한 형태를 갖추려는 낌새를 느낄 때가 많다.
점차 내 색을 갖게 되면서 색이 있다는 것은 참 부담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이도저도 아닌채로 살아가는 건 더 불가능하다.
선택에 부딪혔을 때마다 이래도 상관없고 저래도 상관없다며 매번 누군가에게 선택을 미룰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색깔의 또다른 표현은 성격이다. 색깔있다를 다시말하면 성격있다가 된다.
색깔에 옳고 그름이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
'빨간색은 옳고 노란색은 틀리다'는 아주 이상한 말이 된다.
'빨간색은 싫고 노란색은 좋다'는 일단 말은 된다.
나는 빨간색이 예뻐보일 때도 있고 노란색이 예뻐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데 요즘 빨간색이 예뻐보이는 날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뭐 그럴 수도 있다. 그러다가 내가 가진 모든 물건이, 옷도 머리핀도 가방도 빨간색이 되면 나는 빨간색 인간이 되는 거겠지.
문제는, 그렇다고 노란옷 입은 사람에게 그 노란색은 이상하다는 조언을 하는 게 맞냐는 것이다.
그 노란색은 촌스럽다며 비웃을 자격이 있냐는 것이다.
내가 지금 속엣말로 그런것들을 몰래몰래 하고 있지 않냐는 것이다.
입 밖에 안꺼냈으니 무효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