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댁을 처음 보는 순간, 유난히 햇볕이 쨍쨍한 아스팔트 길 위에 앞치마 바람으로 서있는 당신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에 말이죠, 나는 감히 당신의 뒷통수에다 대고 어이, 안녕하세요 인사하며 어깨를 딱 치고 싶은 억누를 수 없는 충동을 강하게 느꼈어요. 분명 처음 본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당신 역시 돌아봐줄 것 같았어요. 물론 조금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아, 네에 안녕하세요 그렇게 웃어줄 것만 같았어요. 그리고 그 날에, 가게 밖을 지나가는 당신과, 겨우 유리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참을 눈을 마주치고 바라보던 순간에도 어렴풋이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이 마지막이 아닐거라는 느낌, 조만간 다시 만나게 될 것만 같다는 느낌. 그리고.. 정말로 몇 분뒤에 가게 안으로 들어온 당신을 보는 순간에 가슴이 방방 뛰기 시작했어요, 머리가 어질할 정도의 가슴 떨림은 꼭 작년의 그 때와 너무나 같아서, 또 너무나 오랜만이라서 쿡 터져나오는 행복한 웃음은 제어하기 어려울 정도였지요, 다음날 다시 가게에 와서 똑같은 물건을 사가는 당신께, 용기를 내어 말했죠. "우리 전에 한 번 본 적 있지 않아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당신에게서, 당신이 일하고 있는 곳의 이름을 알아냈고 오늘 나는 종일, 당신이 와주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어요. 어린왕자를 기다리는 여우의 마음이 꼭 이랬을까요, "네가 세시에 와준다면 나는 한 시간 전부터 행복할꺼야." 올 때가 됐는데, 이미 한 시간이나 훌쩍 지났는데, 오지 않는 당신을 기다리며 생각했어요. 왜 이렇게 그리울까, 몇 번 본 적도 없는데 왜 이렇게 익숙할까, 친근할까. 분명 지금껏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과는 영 반대스타일의 사람인데, 왜 이렇게 특별할까, 나중에는.. 혹시 전생에 만났나? 하는 유치한 생각까지 옮아갔지만 어쨌든, 비록 3시간 늦긴 했지만 끝내 당신은 와주었어요. 나는 또 한번 용기를 냈죠. "안녕하세요" 역시, 당신은 알수 없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아, 네.." 어색한 답례를 했을테고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퇴근하시나 봐요, 이제" 당신은 역시 어색하게 또 한 번, "네.." 근사한 미소를 보여주었어요. 근처에서 일을 한다는 것, 무슨 일을 하고 무슨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는 것(적어도 이것도, 어디까지나 나의 불확실한 가정이지만-)말고는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당신 때문에, 내 평범한 하루에 다시 한줄기 빛이 흐르고 있어요. 메마른 감정에, 매일 하나씩 알알이 맺히는 촉촉한 이슬이 되어준 당신께, 오늘 꼭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어요. 가슴 뛰는 설렘을 되찾아준 당신께, 참 고맙습니다. 내일도 우리 가게에, 와줄건가요? 그렇담, 나는 이번에야말로 당신께 한걸음에 달려갈지도 몰라요, 하하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