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 나는 줄곧 왕따를 당해왔다.
늘 4번 아니면 5번 정도의 번호를 받을 정도로 키가 작았고,
여자아이들의 보호를 받을 정도로 남자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반에서 가장 큰 녀석이 강제로 개구리를 먹였던 급식소 뒷마루다.
뜨거운 열기가 내려앉은 환풍구 밑에서 나는
밤비를 맞으며 하루종일 토를 해야만 했다.
그런데 중학생이 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키도, 놀림받는 것도 모두 같았지만, 자존심이 생겼다.
하루는 일진이랍시고 건들대는 녀석들이 눈꼴사나워
녀석 중 어리버리한 녀석에게 담배를 빼앗아 보는 앞에서 담배를 피웠다.
죽도록 맞았다.
그리고 다음날 나를 때린 녀석을 화장실 좌변기에 쳐박았다.
그렇게 몇일은 얻어맞는 날이 반복됐다.
한번은 이틀 연속으로 얻어맞아 하루하루 각각 터진 코피에
양쪽 코가 모두 터져 코가 헌 적도 있었다.
어느 날 체육시간에 반짱이 내 빰을 때렸다.
녀석은 내가 공을 잘못 차 자기 머리에 맞았다며 나를 뒷산으로 끌고 갔지만
나는 그 녀석의 머리가 터져 교복 웃도리가 피에 다 젖도록 짖밟았다.
다음날에도 나는 얻어맞았지만
이젠 녀석들 앞에서 담배를 필 수 있었다.
2학년이되자 나는 반장이 되었다.
일진이랍시고 의기양양했던 아이들을 혼내준 것에 대한
급우들의 화풀이격에 가까웠다.
하지만 나는 이미 변해있었다.
나는 앞에 앉은 녀석의 머리를 때리며 노는 것이 학교를 다니는
내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하루는 친구녀석이 입술이 퉁퉁 부은 채 우리집으로 놀러왔다.
나는 그 길로 내 친구를 때린 녀석을 찾아갔다.
녀석이 엎어져 찻길로 달아날 때까지 나는 계속해서 녀석을 발로 찼다.
멋을 낸다고 허리를 줄인 녀석의 교복 웃옷을
나는 사정없이 갈기갈기 찢어 하수구에 버렸다.
친구를 때린 녀석이 울며 달려가고 있다.
나는 그 날 처음으로 문사를 찾아와 시를 썼다.
그 뒤에도 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 학교 선생의 차 뒷유리까지
벽돌로 산산조각을 냈다. 3학년들의 졸업식날이었다.
그 때는 내 비행이,
나는 나는것인 줄로만 알았다.
나는 가끔씩 다른 학교 일진들을 만나며
그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찾아가 때리고, 무릎꿇렸다.
이제는 누구와 싸우지도, 무릎꿇리는 일도 없지만
이따금씩 나를 때리거나 내가 때렸던,
거짓말만 가득했던 그 시간을 더듬어본다.
어린아이의 인생이었을 뿐인데
이렇게 지저분한 먼지가, 독이 많다.
나는 무엇을 바라고 살아가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