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가 보다.
오랜만에 하루종일 마음이 뻐근할만큼 그리움이 너무 무거웠다.
-정말 미치고 팔짝 뛰겠네- 하고 너무 답답해서 혼잣말도 했다.
한 동안 생각도 안나더니, 새로운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더니,
정말 다 끝나간다고 자신하려는 순간 보란듯이 나를 하루종일 온통 흔들어 놓는 것 좀 봐라.
'보고싶다'는 귀한 감정을 느끼게 해 주어 고맙다고 늘 생각하지만,
어느쯤엔 그 보고픔을 해소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 원망이 든다.
잘 지내다가 오늘 난 왜 뜬금없이 이렇게 난리인지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것은 당장 죽는다면 뭘 할지를 생각하는 시간때문에 시작된 그리움이다.
나는 고르고 잴 것도 없이 그 그리움을 떠올렸고, 오늘이 마지막이면 우스운 사람이 되든
미친 사람처럼 보이든, 자존심이 잠깐 상하건 간에 그 앞을 찾아갈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구나, 거기서부터 보고싶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이런 마음으로 결국 아무것도 버리지 못했다.
늘 머리보다는 마음가는대로 살아가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사람 간의 일 만큼은 내 마음가는대로만 할 수가 없다.
어쩌면 내가 힘든 이유는 그것때문인지도 모른다.
머리에 따라 사는게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 마음가는대로 해서 내가 얼만큼 너를 잊지 못하는지를 전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그 보다는, 나로 인해 많이 부담스러워 하고 미안해 했을 맘에 또 돌덩이를 얹지 않는게 더 중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