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싶다고.
이제는 또 다른 누군가와 가슴 절절한, 그리고 가슴 뛰는 사랑을 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었는데.
아직도 준비가 안되어있나.
3년이라는 시간이, 상처를 치유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나.
누군가와 뭔가를 새롭게 시작해야한다는 것이,
이렇게 어색하고 불편할 줄 몰랐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다.
아무도 찬성하는 사람이 없다.
친구들 중 그 어느 누구도, 잘된 일이라며 축하해주는 사람이 없다.
좋은 사람이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질 좋은 사람은 아니다.
누군가 그를 이렇게 표현했다.
여자는 알지만 사랑은 모르는 사람이라고.
나이 서른에 대학교도 안 나왔고,
그렇다고 해서 무슨 대단한 꿈이 있어서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나이 서른에 변변한 직장 하나 없는 남자.
그렇다고해서 꿈이 있거나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닌 남자.
누군가는 나에게 또 사람을 너무 잰다며, 속물이라고 하겠지.
좋은 게 좋은거라고 그런 게 다 무슨 상관이냐고.
하지만, 적어도, 내 주변 사람들에게 내놓기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어야 하지 않겠나.
누군가는 좋냐고 묻는다.
누군가는 어떠냐고 묻는다.
누군가는 어떻게 할거냐고 묻는다.
좋지도, 싫지도 않았다.
떨려서 잠을 못 자는 일도 없다.
다만, 고민과 고민들이 한데 뭉쳐서 스트레스를 받을 지경이다.
사실, 고민할 필요도 없는 문제다.
변변한 직장하나 없는 서른 살의 남자라는 이유에서부터 시작해서,
여자를 얼마나 가볍게 만나는지, 그 사람의 연애스타일도 알고 있고,
처음 만났을 때 부터 시도하던 과도한 스킨쉽까지.
이제와 뜬금없이 처음부터 내 맘은 그랬다며,
차마 말 못했다며, 이제라도 변함없는 내 마음을 말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 사람.
도대체 뭘 믿을 수 있을까.
어쩌면 이제는,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가르는 일 같은 건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진실이라면, 진심이라면, 고마워 해야하는걸까? 나를 좋아해줘서 고맙다며.
거짓이라면, 장난이라면, 알아도 모른 척, 속아주는 척 넘어가 줄 수도 있다.
중요한 문제는, 왜 이걸 고민하고 있냐는거다.
그의 과도했던 스킨쉽이나 어디 하나 쓸데없던 연애경험담까지.
싫지 않았던 데 있다.
처음 만났을 때, 한때나마 호감을 가졌던 사람이긴 하지만,
분명, 불편하고 어색하고 싫었던 점도 있는데.
친구 중 누군가는 그런다.
내가 고민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란다.
내가 지금 남자친구가 없다는 사실.
그래, 그게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친구 중 또 다른 누군가를 그런다.
사람을 너무 재지 말라고.
왜 그렇게 따지냐고.
그래, 그 말도 맞는 일인지도 모른다.
너무 오랜만에 그런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건가.
그렇다면 심장이 터질 듯 가슴이 두근거리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얼굴이 발그레 붉어진다던가, 바보처럼 혼자 실실 웃는다던가 하는 일은 있어야 할텐데.
예전 같았으면 가차없이 잘라내고도 남았을 일을.
마음이 약해져서 그런건지, 왜 쓸데없이 이런식으로 마음을 낭비하는 걸까.
바보같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