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면 산처럼 쌓다못해 꾸겨넣은 잡동사니가 나에게로 쏟아질 것이다.
두터운 저 문은 저렇게 아무렇지 않은 듯 깔끔한데 그 속은 위태롭기만 하다.
나에게 용기란 그 잡동사니의 무너짐을 견딘다는 것을 말한다.
문을 연다는 말은 그걸 의미한다.
나는 적당히는 애당초 되질 않는다는 것을 너무 잘 안다.
망설임 끝에 슬며시 문을 열고 눈을 질끈 감았다.
머리위로, 팔다리로 아프게 내려박히는 감정들.
문하나 열었을 뿐인데, 모두 고스란히 되살아 난다.
문을 열며, 이정도 각오는 했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방으로 흩어진 잡동사니를 보며, 이제 어쩌면 좋을지 생각중이다.
미뤄왔던 일을 해야지.
버릴 것은 버리고, 때 탄 것은 걸래질도 하고 크고 무거운 것은 아래로,
가벼운 것은 위로 차곡차곡 정리를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