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벌써 울컥했던 비요일
나는 시흥역 부근 같이 일하는 김 상혁이란 반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매표소 앞 아무런 생각없이 창밖을 보며 우수수 떨어져 있는
낙엽과 바람에 흐느끼는 나무가 이 겨울의 몸살을 격는듯 보였고 그외에 낮설며
분주해 보이는 사람들에게서 누군가를 기다려야 하는 내 발길 머문곳이
어쩌면 저들과 다른 게으른 뱅이의 여휴처럼 느긋해 지는듯 했다 그때였다
시선을 돌려 출입구를 돌리는 순간
사람과 사람들 틈에 낑겨 나오는 사람이 있었다
검정색 가죽으로된 가방을 어깨에 매고 단촐한 청바지 차림으로
반장은 밖에있는 나에게 걸어오고 있었고 나는 시선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게
멎적은 미소만 지으면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다
"안녕 하십니까?"
"네"
"안녕 하셨어요?:
개인의 가치관이 조금은 틀려서 말을 주고 받는 형식이
서로에겐 가증스럽까지 보였고 연배가 비슷해서 같이 공유하는
공감대를 형성할수 있으리라 하는 기대는 했었지만 실은 그러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는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는30대 중반이였고 나는 아직도 결혼을 하지못한
30대 중반이라는 것이다 가족을 이끌어가는 사람과 그러치 못한 사람의 생각은
살아가는 현실에선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같이 역을 빠져나오는데 아까전 창밖에서 보이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였다
빗방울이 바람에 나붓기고 옷기를 여미는 추위가 역내부와는 틀렸기 때문이다
어쩌면 반장과 내 사이가 어정쩡 하듯 날씨도 어정쩡해 보였다
우산을 필려고 고개를 잠시 돌려보았더니 반장은 "춥다 춥다"를 혼자 중얼거리며
묵묵이 걸어가고 있었다 아마도 아침에 길을 나설때 우산을 챙기지 못했나 보다
문득 같이 쓰고 가려니 나 하나 감추기 어려운 작은 우산을 둘이서
쓰고 가기도 우습고 그렇다고 혼자 쓰고 가기란 의리 없어보여 더욱 우스워 보였다
그래서 우산은 피지못했다 현실이란 어쩌면 아주 당연하다고 믿는 것들을 바보로 만드는
수학공식과 같았다 왜냐하면 난 흐린 하늘을 보고 우산을 챙겨왔과 무슨 이유에선지 반장은 우산을
챙기지 못한채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져온 우산을 피지도 못하고 그냥 걸어가는 내가
계산된 공식을 무시한 바보처럼 불쾌했는지도 모른다 그의 인생은 그의 것이며
그는 그만의 삶의 중심에 살고 나는 나만의 삶의 중심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였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할수 있는 이 과정을 그냥 이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현실은 내가 바보처럼 보여지는 결과라면 그렇게 바보를 만드는 과정이 내가 택한 이상
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달린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바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