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플 일들은 아예 생각하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
이건, 누군가를 향한 무관심처럼 나에게 참 편한 습관이다.
또 그것처럼 기쁨이나 사랑충만도 느낄 수 없는 건조한 습관이다.
미워하지 않으면 사랑만 하고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기대하지 않는 다는 것은 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일이라 사랑도 할 수가 없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물밑에서 발버둥치는 내 감정을 숨기는 것은 세련되보일지는 몰라도
가까이서만 느낄 수 있는 냄새, 살갖의 온기나 심장소리는 포기해야 한다.
이 둘을 두고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서 보니 선택은 너무도 뻔했다.
누구라도 살가움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이 선택은 두다리를 얻는대신 목소리를 잃는 식의 문제와는 좀 다른 것 같다.
역시나 나는 기대를 하고 실망을 한다.
또 실망이 너무 아파 습관적으로 잊으려는 노력을 한다.
이건, 무관심과는 좀 다른 습관이다.
나를 사랑하는 습관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나는 사랑하면서 내가 주는 이상으로, 아니 딱 그만큼도 되돌려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다.
그것이 억울한 것을 보면 아직은 나를 위한 사랑을 하고 있는 셈이니 그리 억울해할 일도 아니다.
조금씩 섭섭함이 눈처럼 쌓일까봐 나는 솔직함으로 마음을 녹인다.
"나를 아껴주기 프로젝트를 구상해와"
나는 말했다.
한결 마음이 가볍다.
살갑지만 기대하지 않는, 아니 적당히 기대하는 방법을 나는 이번 사랑을 통해 배울 것 같다.
지지네 볶네, 끝이네 하면서 이제야 비로소 한숨을 돌렸다.
평화는 참 깨어지기 쉬워서 이 여유가 오래갈 것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그것이 오히려 더 다행이다.
평화는 마음이 참 편하지만, 조금은 지루한것도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