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끊어야겠다.
미친년.
차라리 말을 말자고,
입을 닫고, 마음을 닫자고 해놓고.
어느 한순간, 지금까지 속상하고 서운했던 감정이 폭발해버렸다.
말그대로 입이 빵빵 터졌다.
다짜고짜 그러더란다.
지금까지 서운했던 거를 대놓고 신랄하게 말하더란다.
안타깝게도 난 기억이 없다.
곱창집에서 소주 2병.
2차로 술집가서 매화수 3병을 먹었다는데.
매화수 2병째, 반쯤 먹은 이후로 기억이 없다.
많이 마신 것도 아니었는데.
올해부로 금연하겠다 그래놓고, 혹시 몰라 한갑 사들고 간 담배도,
아침에 확인해보니 4개피 남았다.
핸드폰의 통화목록을 확인했더니,
다행히도 남자에게 보낸 문자나 걸었던 전화의 흔적은 없었다.
정말.
다행이다.
쇼를 했더란다.
울고 소리지르고.
다행히 사람들이 별로 없기는 했는데.
가버리겠다고 말을 말겠다고 자리에서 일었다가,
나중에 어떻게 수습하려고 그러냐는 말에 또 앉았다가,
또 가버리겠다고 일어나서 카운터까지 가서는
넌 날 이해 못해! 라고 소리 쳤더란다.
진짜 미친년이다.
왜 이러고 사는지 몰라.
그럴려고 그랬던 게 정말 아닌데,
무슨 작정을 하고 술을 마신 게 아니라,
그냥 친구가 소주 땡긴다는 말에 마시러 간거였는데.
내 속 편하자고 친구한테 상처준 꼴이 됐다.
내 마음이 어찌되었건 간에,
어제, 상처를 받은 건 내가 아니라 친구다.
아.
정말.
미친년.
정말 못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