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없이는 잠을 못 이루는 날들이 계속 되고 있다.
아, 그렇다고 해서 알콜중독은 아니다.
지나치게 신경이 예민하다.
짜증이 늘었고-
아, 오전에 꾸벅거리며 조는 횟수도 늘었다.
잠을 계속 못 자고 설쳐서 그런건지.
금단 현상중에 짜증도 있던데, 정말 그 때문인건지.
짜증이 한가득이다.
저녁때 회사에서도 그 짜증이 감당이 안 되서,
한참을 엎드려 있다가 일이 끝나곤 지하철이고, 버스고 뭐고,
택시 타고 집에 와버렸다.
노력이라.
그 친구, 나에게 노력이라는 말을 예전에 했었다.
지난 3월부터 장장 11개월을 함께 해오면서,
서로 다른 모습에 기가막히게 놀라워하고- 그때문에 계속해서 마찰이 생긴 후에,
그 친구가 푹 빠져사는 인디음악에 대해,
내가 관심을 보이게 되자,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고 했다.
'아, 노력하는구나'
그때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제와서 그 말이 왜 그렇게 짜증이 나는 지 모르겠다.
참 웃기지.
노력? 무슨 노력?
내가 너보다 아래야? 뭐 이딴식의 몹쓸 생각.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나는 누구를 만나면서 노력이란 걸 해본 적이 없다.
매번, 왜 너는 내가 원하는대로 해주지 않아? 라며 다그치기만 했던 것 같다.
그래, 그랬던 것 같다.
내가 노력할 생각은 안하고.
크리스마스때, 정말, 고등학교 졸업하고 처음 만나는 동창을 봤다.
그런 말을 하더라.
제철은, 내가 살았던 동네는, 나 하나만 챙겨도 살 수 있는 동네였다고.
그래, 어차피 부모님의 경제적 수준이나, 사는 모습이 다 비슷하니까.
크게 차이날 것 없이-
예를 들면, 등록금이 없어서 대학교를 못 다니거나
MCM 신상 백이 나오자마자 어깨에 딱 걸치고 오는 그런 차이는 없으니까,
거의 비슷하고 똑같은 사람들끼리 사는 동네라,
특별히 누구를 신경써주거나 그 사람을 위해 내가 부단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됐다.
그런데.
역시 밖으로 나오니까 그렇지도 않다.
12시에 잔다고 누워서 4시에 일어나놓고.
새벽에 이게 무슨 헛소리인지.
가슴에 뭔가 턱 하니 막힌 것 같다.
깊은 한숨을 내쉬어도,
밖으로 뱉어지지도, 사그러들지도 않는다.
뭐가 문제일까.
이 몹쓸 감정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