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잠이 깼다.
부재중 전화가 와 있는 걸 보고 다시 잠들 수 없어 한참을 앉아있었다.
이리 누워 보고, 저리 누워 봐도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새끼가 나랑 장난하나, 라는 말이
온 몸에서 솟구쳐나왔다.
사람의 마음을 그런식으로 매도하다니.
나를 도대체 얼마나 이상한 여자로 봤길래 그런 말을 할까.
이해할 수가 없고 이해하기가 어렵고,
아니, 이해하기 싫어서 괴로웠다.
사람의 관계가 어쩌면 이렇게까지 틀어질 수 있는지,
신기하고 놀라웠다.
다시는 안 보면 그만이라고,
번호까지 지워놓고도 화를 참을 수가 없어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뭐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한 게 한걸까.
다분히 이기적인 사람이다.
어쩌면 그렇게 자기 마음만 생각할 수 있을까.
여자가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법을 모르는 모양이다.
힘든 일들이 많아 힘들어하고 있다는 말에,
다시는 안 보겠다는 모진 마음 버리고,
나름대로 용기내서 위로해주려고 하고,
마음 더 쓰고 그랬는데.
그 사람에게는 또 그게,
남자 하나에 목 메달고 헤까닥하는 쉬운 여자로 보였나보다.
슬플 줄 알았는데,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온다.
더 모진 말을 내뱉지 못한 걸 후회한다.
다시는,
다시는 보지 말자.
마주치지도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