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된 무기력.
무표정한 감정.
이런 말들을 중얼거리며 우울을 애써 못본척 하면서
오랜만에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중이었다.
오늘 눈이 오기 전까지는.
감정을 살려내기로 결심하면서 다시 이 느릿한 걸음걸이가 돌아올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다만 이렇게 빠를 줄 몰랐을 뿐이다.
다만, 이 무거운 마음을 견뎌낼 수 있을 만큼의 행복은 누리게 될 줄 알았다.
내가 이렇게 감정을 살려낸 대단한 일을 치렀으니, 어서 사랑을 넘치게 쏟아주렴.
나는 아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조급증은 내 행복의 시간을 줄였다.
내 손으로 모든 것을 망쳤다는 생각에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어째서 매번 이럴까.
터덜터덜 발걸음에 한숨을 한무더기 얹었는데 먼지처럼 하늘에서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겨울은 지독히 춥기만 한 줄 알았는데 눈이 오니 따뜻했다.
드문드문 오던 눈은 어느새 펄펄날리기 시작한다.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계속해서 돌아가는 시계처럼
사람의 감정도 새 것이 가면 다시 옛 것이 올까.
나는 아직 한 계절도 마저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래, 지금은 아니다.
이렇게 다음 계절까지만 걸어보자.
다음 계절은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