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좋으냐면, 임금님귀는 비정상이라고 소리치는 대나무 밭에 온 기분을 느낀다는 점이다.
할 말, 안 할 말 안따지고 남이 들으면 비난할까 참는 말도 검열없이 하게 되서 좋다.
이 곳이 좋다. 그래서. 내가 솔직할 수 있어서.
아는 사람들만 들여다 보는 나의 어느 게시판에는 누가 읽고 옳다 좋다 칭찬할 말만 쓰고 있다.
내가 이 몹쓸 '눈치병'이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은 한 달도 채 안된다.
세상에 그런 몹쓸병에 내가 걸렸을 줄이야.
나는 솔직하지 못하다.
나는 '시사잡지 읽는 사람'이다.
내 관심사여서가 아니라, 세상 돌아가는 것 알아야 할 것 같아서
혹은 시사에 관심없으면 무식하다는 소릴 들을까봐 억지로 뉴스를 챙겨본다.
물론, 세상 돌아가는 것과 연재소설이 비슷해서 한번 보면 다음이야기기 궁금해지는 효과로
지금은 이유가 조금 바뀌었지만 시작은 그랬다.
나는 '억지로'라는 단어가 내 맘에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기가 이렇게 오래걸렸다.
생각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있는척, 개념있는 척, 주관있어 보이게 살려고 버둥버둥 거렸다.
허영으로 똘똘 뭉친 내 마음을 하나씩 들춰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렇게 다 들어내고 보니 내가 알던 나와 많이 다르다.
정말 함부로 다른 사람을 아는냥 말하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나 자신도 모른 채 살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솔직하다고 느낀 사람들은 다른 모습으로 위장하고 있는 이 욕망들에게 놀아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니까 다들 자신을 잘 알아서 솔직할 수도 있는 거였다.
거짓말 안하는 것이 전부 인 줄 알아서, 틀린 부분은 그저 '몰랐어'라고 무책임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나는 나에게 속은 셈이다. 하지만 알려했다면 얼마든지 알 수도 있었다.
스스로에 솔직하기는 내 마음이 어떤지 들여다본 후에야 가능한 것인 모양이다.
나를 먼저 알고, 그 다음에 그런 나를 그대로 인정하는 일을 할 줄 몰라 그렇게 오래 나는 방황을 했구나.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다. 이제라도.
이제라도 나는 진심을 다해 솔직해져 보려고 한다.
여기서 느낀 그 속편한 마음으로 세상에서도 똑같이 해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