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회복세는 정말 빨랐다.
회복이 아니라 재탄생 같았다.
그 길던, 3월이 이제 곧 끝난다.
문득 내가 요즘 유행가를 들을 수 없게 된 것이 떠올랐다.
생각에 빠져들까봐 두려웠다.
유행가가 없이도 나는 오만생각을 하고는 있다.
내가 두려운 것은 유행가의 생각에 내 생각을 끼워맞추게 되는 일이다.
그것뿐인거지? 괜찮지? 물어본다.
음. 요즘은 가끔 모든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제야 비로소 과거에 내가 행복하지만은 않았고, 놓아버린 지금이 편하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도 종종 앉아서 스물스물 펼쳐지는 백일몽을 떨쳐내느라 고개를 휘둘고 난리다.
오늘은 그 백일몽을 찬찬히 뜯어보기로 했다.
아, 나는 순수히 꿈을 이루고 낮은 곳에서 봉사하며 살겠다고 하는데
사실 화려하게 성공하고 싶구나.
뻔한 여자가 아닌 쿨하고 멋진 여자가 되서 부러움의 시선을 받고 싶구나.
나의 문제가 아니라 나를 감당하지 못한 너의 문제로 헤어졌다고 생각하고 싶구나.
그러니까 사실 나의 문제라는 죄책감에 조금은 시달렸나 보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너에게 보여주고 싶나보다.
아, 너무 솔직한 백일몽이다. 민망하리만큼.
또 너무 불쌍한 나다. 벌어지지 않을 일을 뜬눈으로 꿈꾸며 나를 소진하고 있으니.
꿈 속의 주인공들은 내 꿈속에서 연기하고 있는 줄도 모를텐데.
성공하지 않아도, 화려하고 눈부시지 않아도 또 누군가가 알아주고 인정해주지 않아도.
괜찮아.
괜찮아.
내가 믿는 것이 있고, 꿈꾸는 것이 있고, 그 안에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나는.
비슷비슷한 남자, 여자이지만 모두 조금씩은 특별하다.
그런 나의 조금 특별함을 보아주는 대신, 나도 다른 여자들이랑 다를바 없다고 말했던 너는
필요없다. 너는 나를 볼 줄 몰랐지. 나도 너를 너도 나를 볼 줄 몰랐지.
그래서 우리는 서로 필요 없어진거지.
나의 특별함을 내가 보아주면 된다.
누군가에게 나의 가치를 확인받으려고 하지 말자.
괜찮다. 괜찮으니까 하루하루 앞에 있는 길을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걸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