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 가족은 13년 동안 살던 노원을 떠난다.
와, 오래도 살았구나 싶다. 중간에 한 번 이사를 했지만 바로 옆 동으로 했으니까.
그냥 통째로 치면 한 군데서 참 오래 살은거다.
왜 이렇게 느끼냐면 어렸을 땐 참 이사를 많이 했었기 때문이다.
내가 태어난 응암동 단칸방부터 시작해서 유치원 시절에 원당 빌라에 살다가
능곡으로 이사가서 국민학교를 입학했고, 일산으로 이사를 가서 새로운 초등학교에 적응하다가
또 이사를 해서 지금 사는 동네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래도 여기에서 초중고를 다 졸업했고 대학도 다녔고, 아침에 아버지가 말씀하신데로
나의 유년기는 이곳이라고 해야할 듯 싶다.
연촌초등학교, 하계중학교, 서라벌고등학교, 교회들과, 학원들,
노원역, 은행사거리, 산업대그 밖에 많은 장소들과
길을 걷다가 마주치는 익숙한 얼굴들과, 친구들.
언제든지 부르기만 하면 만날 수 있는 그런 아이까지.
참 많은 것들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전역을 하면 꼭 하루 날 잡고 응암동부터 지금 사는 곳까지 쭉 돌아볼 작정이였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실천하지 못했다. 확실히 여유라고까지 할 정도의 날들은 없었다.
오늘은 이사.
거의 반 년이 다 되어간다. 집을 내놓은지가. 그래서 그 동안 아버지 어머니 속이 여간 안좋은게 아니셨다. 나도 그렇고, 푸념을 들어준 사람들도 고맙다.
이사를 하던 습관이 있어서 그런지, 지금 사는 집으로 옆 동에서 이사를 올때도,
다른 동네에 갈려고 하다가, 당시 어린 잦은 이사로 오랜 친구도 없다는 중학생의 마음을 살짝 엿본
아버지가 눌러앉아버렸다. 엄청난 후회.
그리고 3년전에 또 한 번 강 아래쪽으로 이사를 하려한 적이 있는데, 가구를 줄여야 해서 고민하다가
마음을 접었다. 그럴 때마다 직후에 왜그리 부동산이 뛰는지... 눈물이 난다(^ ^;;)
어쨌든, 오늘은 이사를 한다.
안녕, 정들었던 노원. 많은 추억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