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위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고맙다.
내 마음이 나아가고 있으니, 좀 기대도 되겠다는 친구들의 말인 것 같아서.
내 마음은 나아진 정도가 아니라 새로워 졌다는 말이 더 맞다.
뭔가 엄청난 깨달음을 얻은 것은 아니다.
친구가 나에게 기대었을 때 그 고민의 해답을 더 잘 말할 수있게 된 것도 아니다.
그저, 난 그 답답함과 막막함을 조금 더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전보다 더 가슴깊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 뿐이다.
허공에 붕 떠있던 말이 땅에 닿아 있는 요즘은 빈 마음밭에 감사를 심으려고 한다.
마음밭은, 농부처럼 성실하게 보듬고 가꾸고 돌보아야 했다.
나는 마음을 들처럼, 초원처럼 내버려 두면 바람이 키워주는 줄로 알았다.
바람이, 물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밭에 뿌려지기도 하고, 그것으로 더 비옥해지거나 자연재해를 겪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수확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밤낮으로 부지런히 밭을 가꿔야 할 것 같다.
봄이다.
싹이 돋는다.
봄과 여름과 가을까지 그렇게 당분간 쉼은 없어야 한다.
행복한 가을을 상상해 본다.
우리 모두의 가슴이 지금은 이렇게 고되지만 반드시 계절은 돌고, 돌아간다.
움직이고 있는 시간을 조금만 견디면, 이 고된 하루를 힘을내서 살아내면 틀림없이 가을에는 우리
추수한 것들로 잔치를 벌일 수 있을 거다.
힘 내자, 방황하고 걱정하는 우리들아..
우리는 무수한 계절을 남겨 놓고 있으니.
스물여섯의 봄은 좀 유별나게 고되었다고 생각하자.
나에게 기대어 주어 고맙다.
너를 위로할 수 있게 해 주어서 고맙다.
나의 살아남이, 너에게 콩만큼이라도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기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