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를 나서는데 '토닥토닥'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나를 따라오네?
누군가 해서 봤더니 아무도 없어..그때 누런개 한마리가 나를 지나가.
아, '멍'소리도 한번 안냈는데 아무 이유없이 영지의 경계를 받아야 했던 그 누렁이구나.
누렁이 발소리가 토닥토닥 내 가슴을 울리고 갔구나..
고마워 누렁아, 나 이제 살 것 같아.
지금 생각해보면 왜 위태로운 두 줄 부여잡고 거기 그렇게 위험하게 매달려있었는지 모르겠어.
그 때는 바닥으로 가는 것이 '끝' 인줄로만 알았던 것 같아.
이렇게 바닥에 서고 보니 바닥은 너무 안전해, 또 끝도 절망도 아닌 기회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어.
나를 바닥에 서게 해 준 모든 것들에 감사해. 진심으로.
누군가는 별 것 아닌 일로 바닥을 운운한다고 말할지도 몰라.
바닥은 내 자존심과 자만, 허영이 사라진 곳을 말할 뿐이야.
나는 지금 너무 편해 더 내려갈 곳이 없다는 것이 이렇게 편해.
또 바닥에서는 세상 모든 것에 겸손해져, 내가 가장 낮다고 생각하니까.
끈이 끊어지는 그 순간은 너무 고통스럽고 무서웠는데,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걸 알면서도 그 때는 위로가 전혀 되지 않았는데, 그런 내 손을 잡고 내가 버틸 수 있게 해준 사람들 덕분에 무사히 넘어왔어.
다 그런건가봐.
이제 하나씩 한발씩 다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아.
이번엔 줄이 아니라 계단을 만들고 싶어.
내려올 때 차근차근 걸어올 수 있게.
누렁아 고마워, 나 이제 살 수 있을 것 같아.
이렇게 늘 빠른 정리를 하는 나를 나는 독하다고 했는데, 그런 줄 알았는데
난 독하게 엄살을 피웠을 뿐이야. 그것을 지켜봐 주어서 고마워.
------------------------------------------------------------------------------------------------
하나님, 또 떨어지라고 하면 나 이번에는 더 양보 못해요.
이제 좋은 것들만 주세요.
나 이제 믿어볼테니까, 앞으로 좋은 것들로 다시 차곡차곡 채워주세요.
다시 열심히 살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