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이면에는 내심, 이런 결과를 바라고 그렇게 행동하고 있었다는 말도 맞고
연관된 단어는 쳐다만봐도 울렁증이 생겨 고개를 돌릴만큼 나에게 큰 충격이었던 것도 맞다.
그러니까 내심 바래왔던 일이 벌어졌는데 기쁜게 아니라 괴로웠다.
용감하게 바라지 않고 '내심' 바랬던 이유와 관련있을 것이다.
생각하면 혼란스럽고 괴로울까봐 이 문제가 수면으로 올라오지 못하게 마음에 큰 차돌하나를 꾹 눌러박은 듯 두달을 보냈다.
그러나 문제 속에있는 나 자신은 따로 떼어내지 못해 할 수 없이 나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모든 문제의 원인은 나였다.
그래서 머리로는 괜찮다. 아니다 아무리 타일러도 죄책감과 주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오늘, 정리하지 않아 잘 나오지는 않는 그 때 얘길 꺼내놓다가
나는 할 만큼 했으며 잘못한 만큼 노력한 것도 많았고, 그 노력에 번번히 성의없음으로 일관하고 교류가 두려워 몸을 사리던 상대방의 잘못이 처음으로 눈에 보였다.
그 순간 내내 망상속에서 나를 괴롭히던 '헛 것'이 사라져 버렸다.
아, 감사합니다.
나는 상대방의 그런 면을 진작부터 알고있어서 내심 이것이 끝나길 바랬다.
나도 모르게 그런 마음은 말과 행동에 묻어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관계의 실패가 내 인생에서 또 벌어지자 너무 당황했던 것이다.
게다가 관계의 끊어짐은 하필 한순간에 몰려왔다.
나 하나로부터 뻗어있는 관계들의 끊어짐이라 내 탓인 것 같아서,
이 괴로움이 내 탓임을 알게 되면 너무 괴로울 것 같아서,
나는 차마 문제를 들여다 보지 못했던 것이다.
어두운 방문 뒤에 뭔가 있을 것 같은 스릴감으로 긴장이 최고조에 닿아있다가
반짝, 불을 켜고 아무 것도 없는 것을 알게 된 것 처럼 허달하고 시원했다.
뭐야, 아무것도 아니었잖아.
오늘에야 비로서 나는 상상속의 공포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환한 방에 아무것도 없다고 자만하는 사람이, 공포영화에서 보면 꼭 죽더라.
그래, 자만은 하지 말아야지. 빛이 항상 보든 것을 비춰준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지.
오히려 빛에 가려져 안보이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르지.
또 세상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하는 말도 기억해야지.
환한 방에 앉아서 나는 한동안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