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상하게도 친구들은 거의 '이과생' 이다.
(난 문과인데도 말이다;;; 왜지?)
그런데 최근에 들어 그 친구들이 내게 뭐든 써달라고 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수필, 시, 감상문,... 심지어는 자신의 의견을 써놓은 글을 예쁘게 '작업' 해달라는 일도 있다.
그 친구들에게 문학은 어쩌면
내가 가지고 있는 '수학' 에 대한 동경과 비슷하지 싶다.
동아리에 있을 때 공대 선배들이 공업수학이니 C++이니 하면서 수많은 수식을 써내려갈 때
"아 난 절대 못해." 라는 생각과 함께 느껴지는 멋.
나의 덜렁이는 성격은 분명 수식 중간에 실수를 남길 것이고
나의 직감 위주인 체질은 논리와 이성에 알러지를 일으키는 것이라는 생각.
그런데 막상
'글쓰기야 배울 필요까지 있나.' 하며 자조하고 있던 내게
그사람들이 내가 그사람들에게 느꼈던 기분을 느낄줄이야.
그런데 수학과 문학은 정말 다른 점이 하나있다.
문학은 누구 안에나 태어날 때부터 있다.
이성보다는 직관을
확정보다는 미완을
남보다는 나 자신을 담을 때에 제일 아름답다는 것을.
누구나 자신이 살던 방식 외로 산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그러나 수학이 정도라면 문학은 일탈이다.
범생이에게 바로 미니스커트를 입으라고는 하지 않겠지만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인을 '부럽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자신의 옷차림을 돌아보게 되는 것을 생각해 볼 때에
너희들의 글을 '아름답게'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너의 문학으로의 일탈은 시작되지 않았을까 하고.
너희들이 써온 글에 '필력' 이나 '기교' 는 없었다.
하지만 그래서 너희의 글이라고 알아볼 수 있겠더라.
뭐하러 시어를 다듬고
담고싶은 말을 서리서리 잘라내는 것만
시라고 생각하는 거니.
안도현 시인은 과거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한번이라도 누구에게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라는 시를 쓰기위해 원고지 300장을 (맞나ㅡㅁㅡ; 아 헷갈려) 채우고나서
그것을 퇴고하고 퇴고해서 저 시를 만들어 내었다지만
지금에와서 시인은 '야생의 시어'를 쓰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단다.
'너에게 묻는다' 는 답이 될 수 없다.
그저 성공한 시의 하나에 불과한 것이다.
얘들아, 이제는 너희의 글을 보여주기 부끄러워 하지마.
내가 받은 고등학교시절 문학상?
그건 그 시가 취향인 선생님이 있었고, 그 시가 그 시개에 맞는 코드였을뿐이야.
한 마디로 우연의 소산물이지.
그때위 우연에 기죽지 말고 글을 쓰자.
(PS. 나 이제 니들이 글 보내줘도 쪽지 지운다....이 형이 애정이 있어서 지우는거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