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 햇살이 나를 반기지 않으려는 듯
짙은 안개 속으로 그 모습을 감춰버린 채
흐릿하게 시야를 뻗치고 있는 내 두 눈을 피해가고 있었다.
가만히 기지개를 켠다.
아침이면 허리가 더욱 더 아프다.
어쩌면 내가 삼수를 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을지도 모를 아픔일 것이다.
나의 마지막 남아있던 의지마저도 꺾어버렸던 아픔이니까.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 의지란 것이 부질 없는 것이었다.
독학 삼수생의 일상은, 공부를 한다는 것만 제외하고는
정확하게 백수의 그것과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무엇하나 바뀌는게 없는 단조로운 하루,
가끔씩 일탈의 목적으로 나서는 외로운 길거리,
거기서 만나는 단조로운 친구들과의 단조로운 놀이.
그래서 외출을 한 번 하고 나면
며칠간은 외출을 하기가 싫어진다.
너무 식상해져버린 만남들에 진절머리가 나기 때문일까.
하지만 사람은 외로움이라는 고통에 가장 둔감한 듯하면서도
한 순간 밀려오는 외로움의 발작에는 이상하리만큼 약한 특성이 있다.
그러면 또 약속을 잡고 밖으로 정처없는 발걸음을 옳기는 것이다.
소싯적에는 공부를 좀 잘 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머리가 굳어버린 관계로 요즘은 상당히 애를 먹고 있는 처지다.
의지가 가장 강하거나, 의지가 가장 약한 인간인 나로써는
변칙적으로 바뀌어져가는 공부에 대한 의욕을 어떻게 추스리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이 모든 일상적인 생각들을 정립하기에 앞서,
내가 어제 몇시에 잠들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본다.
새벽 3시? 아니면 4시? 나로썬 알 수가 없다.
어쨌든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웠을 때가 밤 11시니까
그 동안 나는 익숙하지만 여전히 괴로운
지옥으로 나를 잠깐 내 맡기고 온 셈이 된다.
그 불구덩이에 나를 맏긴채
부서질 것만 같은 통증에 온 몸을 내 맏긴채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잠들지 못하고
차가운 침대 위를 뒹굴거리다
기절해버리기를 벌써 1년이 다 되어 가는 것 같다.
점점 따스함을 잃어가는 것 같다.
고통에 온 몸이 부서질 것만 같다.
하지만 운명이라면 받아들여야한다.
자유로워지고 싶기 때문에 이렇게 된 거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앞으로 이렇게 잠 못이루는 밤은 계속 되겠지만
휴... 그래도 자유롭게 살 수 있다면 나는 만족할 것이다.
영원한 자유를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