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겁이 난다.
그 많던 자신감은 다 어디로 간 것인지.
한가지 생각을 시작해 제대로 된 끝을 맺지 못한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다 나쁜생각에 이를까봐 애초에 생각할 엄두를 못내겠다.
그래서 요즘은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원망하고 미워하지말자는 다짐만 목적지 없이 공허하게 떠돈다.
무엇을 생각하기 싫은 것인지, 정확히 어떤 원망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다.
자신감이 흘러넘쳤을 때는 새로운 주변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호감을 얻는 일에 자신이 있었고, 내가 원한다면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쯤 쉬운일로 여겼다.
그때가 마음은 더 즐거웠지만 지금드는 생각은 그런 정신머리로 사느니 지루하고 재미없어도 지금처럼 조금 겁을 먹은 것이 나은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어떻게 하면 나를 좋아할지에 대한 잔기술을 얻어가는 동안 원래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잊었다.
겸손을 배우는 중인지도 모르고, 나를 되찾는 중인지도 모를 요즘의 쫄아있음이 그래서 달갑다.
이 부대낌을 잘 지나면 진주알맹이처럼 작지만 가치있는 무엇인가가 내 마음팍에 응고될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내내 변화의 물결 속에 있었다.
파도를 타는 중에는 몰랐는데 갑자기 잠잠해지니까 어지러움이 몰려왔다.
실컷 게워내고 잠잠한 물결에 몸을 맡기고 있으면 나는 또 이 평온에 익숙해 질 것이다.
집착하지 말자. 간절히 원하지도, 지독히 미워하지도 말자.
나를 행복하게 해줄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하지도 말고, 나의 불행을 한사람의 소행으로 뒤집어 씌우지도 말자.
스스로 행복해지자. 스스로.
매일 하는 다짐이 너무 많아서 안나서 과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을 실감한다.
말이 넘쳐나니까 머리에 남지를 않아서 문제인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이 말들을 좀 토해내고 싶다. 덜어내고 싶다.
생각이 두서없이 몰려드는 터에 내 감정들이 하나씩 정리되고 버려지고 제자리를 찾아가기까지는 한참이 걸릴 것 같다.
그냥 우선은 하루하루를 일분일초에 몰두해서 보내고 있다.
적당한 바쁨에 대한 보답으로 쏜살 같은 시간을 선물받았다.
벌써 5개월.
새삼 5라는 숫자와 그 안에 일들이 신기하게 느껴져 손가락 까지 꼽으며 다시한번 세어본다. 지나온 달을.
아직도 나는 많은 생각들을 여전히 떠안고 있다. 퇴근길에 무심코 떠올리기도 하고, 친구를 만나 다 지난 일에 대해 재해석을 하는 일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은 지나온 만큼의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이제 더 바쁠일만 남았다. 쏜살같이 또 한해가 아무렇지 않게 끝이 날테고. 그 안에는 또 무수한 새로운 만남도 있을 것이다. 드문드문 떠오른 생각들이 얼마나 정리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새것이 쌓이고 덮이는 동안 희미해지기는 하겠다.
이왕이면 깨끗하게 정리하고 싶은 욕심도 없지 않지만 나의 대청소는 늘 작정하고 하루를 잡아 행해지는데 그건 어느정도 눈짐작으로 진단이 나올 상태일때 얘기다.
너무 지저분하면 정말 그 하루를 잡기가 어렵다.
그럴 때는 보이는 것부터 치우고, 버리다가 적당한 때를 만들어야 한다.
일기를 쓰면서도 내가 무슨말을 하고 있는 건지 횡설수설.
나는 이 횡설수설을 한동안 멈출수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