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문득 나는 서글프고 믿고싶지 않아진다.
집착인지 미련인지 딱히 대신할 사람들과 공간이 아직 비어있어서인지,
복잡한 마음이 되어서 매일 아침마다 이 마음을 비워줘야 한다.
잊어버리는 날에는 흘러넘쳐서 어떤날은 눈물도 나고 가끔 화도 난다.
비우자, 비우자. 어쩌면 버티자, 버티자 일까.
다른 것이 내 마음에 쌓여서 그것을 품든 버리든 하게 될 때까지 버티자.
애쓰지 말고 그냥 가만히.
시간을 믿는다는 말이 나는 싫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이 되지 않겠지만 무뎌지는 것은 확실하다.
그 위에 새것이 쌓이고 옛것이 바래지면 나는 새물건을 만지느라 옛 것은 가끔 꺼내 옛생각이나 하고 말겠지.
하지만 시간도 그 물건을 버려주지는 않는다.
그 물건을 다른 의미로 바꿔줄 뿐이다. 아련함이나 덤덤함. 뭐 그런것.
그렇지만 그것이 나는 전혀 고맙지 않다.
좋은 기억만 걸러진다거나 싸운 기억도 아련해 지는 것처럼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왜곡해서 남는 것은 다시 볼 일 없을 때나 편리하다.
또 나쁜기억에 덤덤함은 해결하고 싶은 노력을 그만둘 수 있게 한다.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면 피곤해서 살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한 해가 갈 수록 미해결 과제가 하나씩, 하나씩 쌓여가는 것이 나는 싫다.
지난 일을 좋게만 보려고 기를 썼었다.
지나고 보니 미해결 과제는 언젠가 조금 다른 방향에서 다시 다가온다.
있는 그대로. 지나간 시간을 기억하고 싶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