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빗소리에 놀라서 깼다.
어제 오후 무렵부터 머리 속을 지나다니는 비호감 생각하나가 잠결에까지 불쑥 모습을 내밀었다.
생각하면 자꾸 속상해지는 일은 아예 마음 깊이 토닥토닥 묻어둔다.
묻어둔 생각은 따로 물주고 햇빛을 쐬어주지 않아도 알아서 싹이나고 뿌리를 내린다.
내가 버린 것은 어쩌면 한가지 이다.
하나를 버렸을 뿐인데 분노나 원망도 함께 딸려 떨어져 나갔다.
달다는 그 열매 맛을 아는 사람은 분노나 원망을 홍수나 가뭄처럼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참고 기다려 기어코 열매를 매달기도 하겠지.
나는 그 나무를 너무 잘 키우려다가 싹도 나기 전에 지쳐버린 거다.
이렇게 매일 물을 주는데 왜 싹이 나지 않느냐며.
그 열매가 어떤 맛인지 궁금해 하거나 먹어보고 싶어 탐하는 일도 그냥 다 관두려고 한다.
어쩌면 빛과 비가 알아서 키워주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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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내가 참 많이 원망하고 미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해를 하는 것은 하는 것이고, 그럼에도 미움과 원망이 반드시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나를 어둡게 만들지도 모르는 모든 감정은 키워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미움도 원망도 분노도 저 깊숙히 묻어두었는데 자꾸 싹이 나오려고 한다.
나는 아마 밝지 않으면 버려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어떻게 자기 마음을 자기가 모를 수 있냐고 했다.
내 마음에 좋은 생각들만 남겨두려고 하다보니 진짜 내 마음은 들여다 보지 않으려고 해서다.
묻어둔 원망도 분노도 다시 파내서 꺼내놓으려고 한다.
나는 나에게까지 버려져서는 안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