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집에 늦게 들어가던 때가 있었다.
버스를 타는 곳은 동네를 통과할 필요없이 바로 아파트 앞이고, 버스 내려서는 너무 어두워서 나는 우리동네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주말마다 밝은 낮의 풍경이 낯설었다.
집 앞은 일주일 사이에도 없던 것이 생기고 있던 것이 사라지고 계속 변하고 있었는데 나는 몰랐던 것이다.
오랜만에 만나, '이렇게 변했어?' 하고 묻는 기분으로 주말에 동네를 서성였다.
정말 오랜만이었던 적은 없었다. 그 풍경을 만나기는 매일 만나왔다.
어렴풋 공사장을 지났던 기억도 나고 커피숍 간판도 매일 봤던 것 같다.
다만, 나는 무슨 공사현장인지 몰랐고, 커피숍 유리창에 붙은 파트타이머 모집 글귀는 놓쳤다.
매일 마주친다고 무조건 잘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오랜만이지 않고도 낯설 수 있다.
가까운 것은 오히려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어쩌면 나는 나를 제일 모른다.
보려고 하면 가장 또렷히 볼 수 있고 작은 변화도 알아챌 수 있지만, 또 무심코 있다가는 어두운 밤길 집 앞 풍경처럼 놓쳐버리는 것. 나 자신이다.
한 참 힘든 시기에 써 놓았던 엄살들을 보았다.
어디가 아픈지 나를 들여다보려고는 하지 않고 어딘가 아프다며 사람들에게 봐달라고 했다.
살기위한 투정이었지만 돌아보니 자꾸 부끄럽다.
그 어리광을 다 받아주었던 사람들에게 새삼 고맙다가, 이제는 좀 적당히 아픈데는 후시딘 발라가며 스스로 견뎌내는 모습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내 생각에 솔직한 것이 미덕이지만,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는 것까지 솔직하려 드는 것은 그냥 내 욕심이다. 힘들면 힘든대로, 장한 일은 장한일 대로 관심받고 싶은 욕심...
이제 뭔가 나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싶다.
계획했던 대로 7월이 흘러가고 있어 이런 자신감있는 바램도 가져본다만, 7월 중에 예기치 않던 장애물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오늘이 예전과는 확실히 조금 다를 것이라고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