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많이 아팠다.
처음엔 몸이 아팠고 고단했지만, 곧이어 마음이 허전하고 쓰려오기 시작했다.
내가 하는일이 그런지라 여름의 더위는 나의 체력을 급격히 떨어트렸고,
피곤하면 잠을 못자는 별난 신경과 밤에도 식지않는 더위가 맞물려 나를 몰아 세웠다.
그리고 끝내 식중독이라는 병명으로 일도 못하게 만들었고,
그로인해 쉬는동안 조금은 우울증이 오는 중이다.
그저 죽으로 연명하고, 먹는 것도 씻는것도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지금 깊이 잠이 들어야할시간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에 행복한적이 있었던가?
아무리 힘들어도 그랬던적이 있었지 하며 붙잡을수있는 추억이 있던가 말이다.
기억을 더듬어 거슬러 올라가보니, 학교도 가기전 어릴적에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타박하고 구타하는
모습만 생각이 났고, 학교를 들어갈무렵 어머니를 버린 아버지가 나를 데리고 나왔으며, 초등학교 저학년시절 아비는 날 버리고 미국을 가버렸고,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 어미는 생계로 진 빚과 원망어린 자식들의 눈초리에 일본으로 피신근로를 가셨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은 암흑기로 부모없이 씨다른 형제와 같이 살았으며, 대학교는 적응을 못해 자퇴하고, 바로 군대를 가고, 제대후 정신못차리고 살다 씨다른 누이에게 독립을 강요받아 보증금50에 월세10만 화장실도 길건너에 있는 반지하 반평짜리 방에서 독립을 하였고, 60만원 월급인 인쇄소에서 일을 하고있었지만 그마저 일을 못해 쫓겨나고 일자리를 얻기위해 찾아간 군대선배는 나에게 다단계의 혹독함을 알게해주었고, 이제 더 힘들지 않을테지 하던순간 사랑의 태풍이 나를 몰아 알수 없는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이곳은 친구도 가족도 없는 기댈곳도 없는곳이다.
생각해보면 웃긴다. 30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일진데, 어찌 돌아가고픈 행복한 시절이 없는건가... 조금은 비참함이 몰려올 무렵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문득 책에서 읽은 구절이 생각났다. 세상은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반잔의 물처럼 거꾸로 생각하면 얼마든지 기분을 바꿀수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 나에게 스스로 위로의말을 던졌다.
" 그래 네인생 참 처량하고 불쌍타. 더이상 불행해질수도 없을만큼 밑바닥이다.
그러나 밑바닥이란건 다르게 말하면 더이상 내려갈곳이 없다는 말이지 않느냐.
이제 행복해지는것만 남았다. 앞으로 10년,20년뒤 돌아봤을때 돌아가고픈 시절을 만들면된다. 그러니 힘내자"
이상하게 나아지는 기분이다. 내일은 몸을 좀더 추수리고, 모레부터는 일을 다시 시작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