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불안-
이 지독한 감정이,
이 불안한 관계가,
아니, 이 소소한 행복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그냥 문득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주변사람들 말 아무 것도 듣지 않고,
내 의지대로, 내 마음가는 대로, 나 하고 싶은대로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참으로 좋아하던 사람에게 처음으로 반발심 같은 게 생겼다.
다 아니라고, 아닌 것 같다고, 솔직히 말해서 아니라고 할 때마다,
정말 아닌가, 아닌가 하면서 나도 고개를 떨궜지만,
한편으론 오기 아닌 오기가 생겼다.
내가 반드시 이 관계를 오래 지속시키고,
마침내는 행복해져서,
내 선택이 옳았음을,
당신들이 아니라고 했어도 결국엔 내가 옳았음을,
그렇게 보여주고 싶은 몹쓸 오기가 생겼었다.
게다가 못난 마음까지 가지기도 했다.
한참동안이나 나의 괜한 질투와 시샘의 대상이었던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하는 줄 알았더니,
역시나 남자친구와 같이 있단다.
나도 너만큼이나 행복하다.
나도 내 남자친구와 잘 지내고 있다.
나도 모르게 자랑이 하고 싶었나보다.
뭐 어차피, 남자친구랑 있다는 얘기에 아무 말 않고 끊었지만.
전화를 끊고 나니,
어쩌자고 내가 그랬을까 싶었다.
상대방을 향한 감정은 아니었다.
그렇게 못난 마음을 가진 스스로를 향한 분노였다.
그 마음을 삭히지 못하고 추스리지 못해 이 지경이 된 거였다.
새벽 3시.
'그들이 사는 세상' 재방송을 보다가,
문득, 너무나도 가슴 저리게 보고 싶어졌고,
이 시간에 자고 있을 그 사람에게,
수없이 전화해서 깨워 보고 싶을만큼 마음이 짠-했다.
그래서 더 불안하다.
어느 순간 너무나도 진실해진 이 감정과,
이제서야,
세 달이 지난 지금에서야,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버린 우리 둘이,
불안하다.
분명히 좋아야 하는데,
남들이 말하는 것처럼 한참 좋을 때여야 하는데,
나 역시 잠을 자고 일어나서도,
혼자 정신 나간 년처럼 히죽히죽 웃으며 그 이야기들을 떠올렸었는데,
어쩐지 시간이 지나자 불안하기 시작했다.
내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도대체 이 감정이 얼마나 갈 수 있을까 하는 말도 안되는 불안감.
이러다가 또 아니면 어떡하나 하는 의심.
너무 깊게 빠져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
이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나를 괴롭힌다.
역시 나는,
너무 생각을 많이 해서 나 스스로를 너무 괴롭힌다.
이게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