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인지 7월 말에 휴가를 다녀온 뒤로
자꾸만 일이 하기 싫어진다.
슬럼프라고 하기엔 미미하고,
단순한 귀차니즘이라고 하기엔 지속되는 기간이 너무 길다.
아니다.
단순히 휴가 후유증이라고 하기엔,
복잡미묘한 일들이 너무 많다.
현재 만나고 있는 그 남자.
나는 아직 한 발자국을 내딛었을 뿐인데,
나보다 한참이나 앞서서 달리는 사람때문에,
뭔가 머리가 복잡하다.
나이 탓인가.
그리고 친구.
얼마전 소개팅으로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긴 친구.
그 친구의 남자는 다정다감하고 자상한 듯 하다.
뭔가 내 남자와는 다른 모습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면서 내가 자꾸 친구에게 심통을 부리게 된다.
뭐 그렇다고 매번 시비를 거는 건 아니지만,
나름대로 마음을 누른다고 누르는 중이지만,
그래도 보기 싫은 건 마찬가지다.
겉으로 전부 드러나지 않더라도 내가 알고 하늘이 알고 땅이 알지 않은가.
이 못난 마음을.
이런 말도 안되는 문제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보니,
점점 나를 잃어가는 기분이다.
하기 싫은 회사 일에 치여 살고,
지금 이 남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며 살고,
친구를 향한 못난 마음을 어떻게 감추고 누그러뜨려야하나 고민하며 살고..
지난 몇 달을 계속 해서 그래왔다.
못났다 참.
그래도 정말, 그러다보니 나는 없고 내 주변환경만 남아있더라.
그래서 잠수를 탔다.
뭐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그냥 조용히 나 혼자 있고 싶어서.
이러다 뭐 또 금방 빼꼼히 고개를 들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다 내팽겨치고 어디든 가버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