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해보면 나쁠 것이 없다.
지속적인 안정을 가져다 주는 집단이 없다는 사실이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건가, 내가 유독 외로움을 느끼는 건가.
자꾸 흩어버리려고 하지 말자. 내버려 두면 알아서 증발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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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7시에 소방훈련이 있다고 해서 6시 30분 부터 기다렸다.
소방훈련에서는 뭘하나? 생각하면서 다운받아놓은 솔약국집 아들들을 보고있노라니,
해야할 공부도 많은 주제에 이런 유희를 즐기고 있다가는 틀림없이 벌받을 것 같았다.
드라마의 힘은 정말 강력하다. 그런데도 도저히 꺼버릴 수는 없었다.
뭐, 7시가 지나고 8시가 다 되어도 나오란 소리가 없기에 알아보니 소방훈련은 9월 마지막주 화요일이란다.
귓구멍 두개가 참 건성건성 뚫려있나보다.
이 귓구멍이 그래도 들을 건 들어가며 여기까지 나를 살게 했으니 너무 뭐라할 일도 아니지만.
하긴, 그 동안 귀보다는 눈치코치로 들어온 이야기가 더 많은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면 이 눈치코치에서 좀 자유로워지고 쿨하고 당당해지는 줄 알았는데
그냥 뻔뻔해 질 뿐이다. 알아도 모른척, 몰라도 아는척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꽤 마음에 든다. 어쩌면 뻔뻔함이 곧 쿨하고 당당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 모르면 모르는대로 살아가는 뻔뻔함만 갖추면 나는 완벽히 뻔뻔해 질 것이다.
고민하며, 피해줄까 조바심내며, 상처받을까 망설이며 살려니 이건 너무 피곤한거다.
아직도 나는 잘 살다가 고민하고, 뻔뻔하고 나서도 눈치를 보고 있으니 미숙하기 그지 없다.
뻔뻔해지자 좀 더 뻔뻔.
그래도, 절대 매정해지지는 말자. 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