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야, 석풍. 잘 지냈어?
네가 나한테 편지를 보내는 건 참 오랜만인 것 같네,
맨날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간섭만 하는 네가 말야. ㅋㅋ 참 웃긴 일이긴 하다, 그렇지?
네가 보낸 편지는 잘 받았어.
그런데... 뭐가 그렇게 고민이 되길래 나한테까지 그렇게 많은 넋두리를 늘어놓는 거야?
거참... 넌 네가 예전보다 많이 변해버렸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엔 아니야. 넌 예전하고 달라진게 하나도 없어.
여전히 겉으로는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나를 가둬두려고 발버둥치고 있지만,
속으로는 지독한 외로움과 두려움에 질질 짜고 있는 거 말야.
예전하고 생각하는게 좀 달라졌다고 편지에서 그랬었지?
네가 그토록 찾고 있던 자유라는 것의 개념 말이야, 그걸 잘못 알았었다고 했지?
참, 네가 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건 나 정말 처음 봤다야.
뭐 나도 내 잘못을 인정하지는 않지만 말야, ㅋㅋ 이것하나는 정말 우리 둘이 닮은 것 같아.
그래, 네 생각대로 말야, 네가 지금껏 생각하고 있던 자유라는 건 너무 추상적인 개념이었어.
내가 전에 말했었잖아, 자유라는 건 공기와도 같은 거라고 말야.
평소에는 있는건지 없는 건지도 잘 모르고 살다가
없어지면 픽 하고 죽어버리는 것 말야. 그게 바로 자유라는 거야,
적어도 너같이 이상한 자유중독증自由中纛症 환자한테는 말야.
그런데 너 이거 알아...?
이 바깥 세상에도 말야, 자유라는 건 없어. 적어도 네 기준에서의 자유 말야.
네가 원하는 건 혼자만의 자유야, 혼자만의 자유...
너 혼자 마음대로 살고, 너 혼자 하고싶은 거 하고 살고... 그런걸 말하는 거야.
세상은 너 혼자만 있는 집단이 아니야, 이 말은 네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어.
너 혼자만의 자유를 추구하려면 넌 이 세상에서 유리類離되어야만 한단 말야.
왜냐면 이 세상은 너 혼자만의 자유를 마음껏 추구하도록 너에게 맞춰주질 않거든.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지?
네가 적어도 세상에 발을 붙인 채로 자유를 추구하려면 말야,
네 주변의 사람들이랑 같이 가란 말야, 너 혼자만 잘난척하지 말고.
아무리 세상 사람들이 믿지 못할 사람들이라고는 하지만,
너와 같은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이 있단 말이야.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돼.
넌 내가 친구들에게 맘을 열려고 하면 항상 딴지를 걸잖아.
그러지 말라고, 저것들은 믿을 게 안되는 놈들이라고 말야.
바로 그거야, 너는 우선 그 생각부터 뜯어고쳐야해. 네가 원하는 자유를 찾으려면 말야.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의 자유를 추구하는 게 지금 너의 유일한 대안인 것 같아.
아마 그 누군가는 너의 그 외로움을 치유해줄 수 있을거야,
나도 알아. 그게 참 지독하게 너를 짓누르고 있단 걸 말야.
하지만 그걸 털어내버리지 않고선, 너는 영원히 너만의 행성에 갇혀서 떠돌다가 죽고 말걸.
게다가 너는 살아남기 위해서 이 세상에 굴복하면서,
그러면서 자기에겐 자유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끊임없이 불평만 할거란 말야.
그래선 안돼. 너는 맘의 문을 더 열 필요가 있어,
뭐 너는 내가 너무 남들 신경 안쓰고 남들 함부로 대하는 게 맘에 안 들지도 모르겠지만 말야.
어떤 방법으로든 간에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야 해, 그 관계속에서
너는 자유를 찾아야 해. 이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의 전부야. 알겠지?
그리고 너, 제발 좀 나더러 이래라 저래라 좀 하지마... 나 귀찮아 죽겠어, 너때문에... ㅠㅠ
ㅋㅋ 그럼 난 갈게, 다음에 편지하려면 또 해~ -83, 나의 별명
나의 외면이 나의 내면에게 보내는 편지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