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해지기로 했다.
잘 알다시피 분통 터지는 건 언제나
갈구하고 원하는 쪽이다.
목표의 성취와 목표에 대한 갈망의 상관관계는
늘 이율배반적이다. 그래프를 그린다면
아주 완만한 반비례를 증명할 것이다.
완만한 이유는 급격한 직선 반비례일 경우
함수가 진행되는 동안 f(x)에 대한 실망감으로
x값에 대한 대입을 그만둘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조금씩 목표에 대한 성취도를 떨어트리는 것이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느끼지 않는 것 처럼
어금니를 악물고 그 길로 나아가기로 했다.
여기서 '그 길'이란
충동과 욕망 속에서 갈팡질팡하게 만들던,
재미없고, 무뚝뚝하며, 반복적이어서 지겹고 지루한
규칙이라거나 계획, 또는 상대적 의미로서의 양심
나아가 상식의 선에서 다루어질 수 있는 당연한 '개념'박힌
생활이라 하겠다.
예를 들어,
퇴근길에 맥주 한 잔 생각이 간절해졌다고 하자.
앞서 언급한 '그 길'의 개념으로 이 음주에의 충동을 막을
방어적 근거는 꽤 많다.
1. 술을 마신다면 당연히 늦게 자게 되며 내일 늦잠을 자게 된다.
1-1. 늦잠을 자면 아침 운동을 미루게 된다.
1-2. 운동을 미루면 아침식사, 그후 오전 일과가 무너진다.
2. 술을 마신다면 잘 지켜오던 식단 조절이 무너지게 된다.
3. 술을 마시면 다음날 안면피부세포들이 민중봉기를 일으킨다.
4. 술을 마신다면 혼자 마실 것인가, 누군가를 불러서 마실 것인가
4-1. 이 늦은 퇴근시각 술을 같이 마실 사람을 찾으려 폰을 열면
한숨만 나온다.
4-2. 혼자 맥주 한 잔 할 경우, 깔끔하게 한 잔하고 잠자리에
드는 경우다 극히 드물다.
4-3. 잠이 올 때까지 영화를 보든 음악을 듣든 책을 본다.
4-4.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기분이 급격하게 변화한다.
4-5. 무엇을 보든 늘 그 끝은 우울하다. (웃다가도 나중엔 썩소)
5. 여기까지 사고과정을 거치면 위의 모든 것을 무시하고
술을 마시더라도 술 맛이 안 난다. 결국 술 값만 아깝다.
말하자면, 갈림길 앞에서 선택을 강요당할 때
이성이나 논리로 따지자면 당연히 답이 되어야 하는 쪽의
반대쪽의 길, 즉 가서는 안 되지만 꽤나 매혹적인 선택에 대한
기회비용을 안타까워 한다는 것이다.
그 기회비용 안에는 감성적인 요인에 의해 촉발되는
기분전환, 또는 긴장의 완화, 그리고
혹시나 일어날지도 모르는 모든 우발적인 상황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기대감이 포함되어 있다.
오늘은 이런 말도 안되는 궤변의 논리가 머리를 지배하는 바람에
지각능력을 상실해버린 기분이다.
2신데도 잘 생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