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일어나니 현관 앞에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조신하게 앉아 있다.
야옹거리는 것이 안아달라는 건지 먹을 걸 달라는 건지
눈망울이 전달하는 메세지는
슈렉에 나오는 장화 신은 고양이의 연기력을 뛰어넘고 있었다.
차마 이 흑석자취지구를 굴러다닌 길냥이를
안아올리지는 못하고 난 그냥 "어유 그랬어~" 하며
쭈그려 앉아서 손가락으로 고 녀석의 이마께를 문질러주었다.
과연, 고양이는 썩어도 준치다.
아무리 정글과도 같은 흑석동을 누비는 거친 인생이더라도
털관리는 수준급이다. 냄새도 전혀 안 났다.
하지만 내가 다가가자 애정결핍이 도졌던 냥
와락 덤벼오면서 내 허벅지를 '짚었을 뿐'인데
할퀸 것 처럼 아팠다. 발톱이 흉기였던 것이다.......
5분 간 손을 놀리면서 놀다가 갈길이 먼 지라
일어나서 "담에 또 놀자"라고 말했다.
녀석은 낑낑거리고 다시 CG급 눈망울을 만들고
급기야 이빨을 내보이며 "어디 가냐고!" 버럭하듯이 야옹거렸으나
난 "너 지금 초면에 성질 부리는 거냐?" 웃기지도 않는 말을
궁시렁거리며 골목 귀퉁이를 돌아섰다.
고양이라,
코야가 너무 보고 싶다.
고양이를 상대로 '대화'를 시도하는 이 버릇은
순전히 코야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