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아주 막연하게
나의 의지와 이성이 올곧게 세워져 있다면
나의 모든 육체적인, 실제적인 일들을 통제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물론, 실제로도
오직 나 자신에게만 관련된 일이라면
나의 의지와 노력으로 대부분의 일이 수월하게 풀렸었다.
그치만.
세상은 나 혼자서 살아가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나의 의지와 이성에 관련없이 돌아가는 수많은 일들에
나 자신이 휩쓸리는 일이 너무나도 자주 발생한다.
이런 일들은 주로 내 의지와 이성에 반하는 일이 많았지만
웬일인지 나의 게으른 몸에는 반가운 경우가 많았다.
그리하여, 기나긴 휘둘림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나 혼자 이 조그만 골방에서 나 자신과 대면한 날,
나는 내 말을 듣지 않는
내 몸을 발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