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계획"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
앞으로 진행될 실제적인 일을, 어떻게 진행해 나갈 것인가에 관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지침과 방법을 설정하는 것,
아마도 내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학창시절부터
나는 "머리"를 쓰는 일에 대해서는 계획을 철저하게 수립하고
이대로 실행에 옮기면 높은 효율을 얻을 수 있다라는 사실을
언제였는지는 몰라도 깨달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고등학교때 수능공부를 하면서, 자습시간이라는 기나긴 시간동안
어떻게 효율적으로 공부를 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의 수립으로 인해
나의 인생에 있어 어떤 하나의 기본적인 틀을 제공하게되었다.
그때를 전후하여 나의 시간은 아주 체계적으로 조직되기 시작했고
사람을 만나는 일과, 나 자신을 다루는 일에까지
"계획"과 "작전"이라는 시스템 아래 움직이게 되었다.
아마 MBTI 검사에서 ESTJ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 이를 증명하리라.
하지만 나라는 사람은 내재되어 있는 본성이 왠지 다른 사람들보다 강한 것 같았다.
그리하여 계획의 틀을 벗어나 멋대로 행동할 수 있는 시간이,
그러니까 나 자신을 쉴 수 있게 하는 시간이 항상 요구되곤 했었다.
그 동안 끄적이기 시작한 글귀들이 이 곳 문사에까지 흘러들어와
풍도, 지금의 석풍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지금, 이렇게 이 모순된 면모를 파악하게 되고 난 다음에서도
나는 항상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
하지만 끊임없이 나도 모르게
나는 그 어떤 속박도 받지 않은채 멋대로 날뛰고 있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