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 정든 고향을 떠나
부산 촌놈의 서울나들이를 시작하였다.
왠지 쓸쓸하게 노오란 단풍이 든 은행나무 줄지어 선 길을
버스가 달릴 때, 서러운 감정이 복받쳐옴과
그리워할 사람이 이젠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나조차 하마터면 울어버릴 뻔 했다.
하지만 KTX가 부산을 떠나 달리기 시작하자
나는 언제그랬냐는 듯 MP3를 귀에 꽂은 채
흥얼거리며, 스쳐지나가는 아름다운 풍경들을 넋이 나간 듯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 이유없이 기분이 설레이고
어디론가 떠난 다는 그 사실 자체가, 여행이라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서울에 들어서는 순간, 그 우중충한 어둠은
언젠가 서울에 잠시 들렀을때마다 느꼈던 그대로,
어두운 채로 남아있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겨울하늘이었지만.
짐을 정리하고, 내가 앞으로 살아갈 방을 정리하고 난 뒤
만날 사람이 있어 길거리로 나섰다.
시간은 이미 저녁이라 차가운 공기가 내 피부에 스미우기 시작했다.
문득 나는
서울에는 바람이 불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칠듯이 얼어붙은 공기가, 가만히 멈추어 있는 듯 하여서
그게 더 나를 시리게 만들었다.
저녁 바람, 바람의 영혼을 가진 내가
왠지 모르게 이 어두운 차가움 속에 얼어붙어버린듯 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