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악착같이 살겠다는 의지로
나만의 목표와 이상을 세우고
오기와 끈기로 칠전팔기 정도는 이미 오래전에 각오한
전투적 삶의 달인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무엇이든 '괜찮다'정도면,
그러니까 비호적인 습성과 결점이 두드러지지 않는
그 무엇이든 호기심과 나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생각하고 재단하고 판단하여
내 것으로 만든다기 보다 '내가 즐길 수 있는 것'으로 만든다.
악바리 근성으로 살기보다는
여유로 넘치는 자세로
한잔의 술과 끈끈한 정이 가득한 아래
살아간다는 이야기와 음악이 있으면
궁핍함 속에서도 쌍수를 치켜들고 만면에 미소를 띄고
달렸다는 것이다.
그리하다보면, 그러니까 그런 식으로 26년을 살면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그 의문은 아이러니하게도 남을 의식해서 생기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저렇게 요로코롬 저러코롬 살던데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상대적 박탈감이나
퇴보적 경향을 띄고 있는 것이 아닌게 자문하게 되는 것이다.
딱히 나만의 롤모델이랄 건 없지만
오나라의 주유 정도의 풍류간지 작렬 한량같은 사람이면
더도 덜도 없겠다 싶은데, 내가 그의 천재적 기량을 따라가자니
가랑이가 찢어지는 현실감각 앞에 평생 만성두통에 시달릴 것 같다.
나 스스로 행복에 겨워 한량의 기운이 하늘로 뻗쳤다고 생각하는
군 제대 직후의 복학시절,
무엇이 나를 그리 들뜨게 만들었는고 하니
'아아 생을 다해 부딪혀 싸워 죽기살기로 살아오며 땀흘린 후에
달콤한 휴식에는 정녕 온 생을 갖다 견주어도 모자랄
생체적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것이구나'
라고 생각한 것이다.
멍청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난 내 자신에 대해 그리 엄격하지 못하다.
스스로 다짐한 것도 금방금방 잊어버리면서도
남에게 다짐한 것은 참 잘도 까먹지 않고 챙긴다.
그래서 이제는
이제는, 좀 나 스스로에게 좀 관심을 많이 돌리려한다.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인생에 남는 것이
'허무한듸' 한숨과 후회 뿐이라면 절대 사양이니
엄격하되, 애정과 관심으로 홀로서기를 준비하려한다.
정신없이 땀을 흘리고 고생했노라고 스스로를 타독거릴 즈음
또 나는 다시 태어나겠지
그제서야, 이제서야 누려도 되는 그 순간의
달콤한 휴식과 한잔의 술과 변치않는 벗이
정녕 가치있는 것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