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한 새벽 4시50분
평소보다 1시간은 일찍 집을 나섰다. 제길, 일기예보에선 영상1도라는데
입에선 입김이 나오고, 내몸은 추위을 이기려고 가녀린 떨림을 보내온다.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 아저씨가 말을 건다.
난 대화를 좋아한다. 맞장구를 치며 이야기하며, 미터기를 자꾸만 쳐다 보았다.
새벽 5시가 넘었는데 야간할증을 찍어 놓았다. 콱 말해 버릴까하다
그저 대화 값으로 치고 아무말 않기로 했다. 그 아저씨 미터기를 유심히 보는
날보고 조금은 긴장 했으리라. 그래서 그런가 대화에 더욱 열을 올리시는 아저씨.
친구분 얘기를 하시는데 아주 잘 나가는 사람이란다. 그런데 그 친구를 욕까지
해대며 험담으로 마무리한다.
참 불쌍하다.
잘못된 짓을 보여준 친구도 불쌍하고,
친구를 험담하며 자신의 열등감을 말하는 그 기사분도, 그리고 야간 할증을 알면서도
끝내 자기 소심함을 합리화 하는 나도...
서대문에서 택시에 내리고 대화값을 지불하고, 버스를 탄다.
누군가 친절히 이 버스가 나의 목적지에 간다고 알려준다.
정말 택시대화값 지불했다고 조물주가 선물을 주시나? 하하 이 놈의 합리화 끙..
그래도 기분은 좋다 누군가의 친절을 받는다는것은.
노량진에서 직장 형님을 만나고, 동두천 현장으로 간다.
차안에서의 대화
역시 나는 요즘 대화가 즐겁다.
이 대화 하나 하나가 나에게는 밑천이 될테니까.
이르게 일어나서 그런지 하품은 끝없이 나온다.
그래도 잘 순 없다. 대화가 더 중요하다.(대화에 강박증 생기면 어쩌지 하하)
차가 멈춘다.
황무지에 아파트들이 보인다. 곧 어떤가족들이 자신의 삶을 영위할 그곳은
아직은 며칠 지난 하얀눈의 죽은생선처럼 생기도 없다.
다만 일꾼들만이 분주히 무엇인가에 바쁘다.
아침을 먹는다.
역시 노가다꾼은 아침을 먹어야 힘이 난다. 그리고 추위를 이기려면
먹는게 최고일것이다. 배가 따뜻하니 더 춥네. 제길
일을 시작한다.
아파트에 유리창이 반은 있고, 반은 유리창으로 변신할것처럼 위풍당당이
비닐들이 유리창 모양으로 박혀 있다. 뭐 할일이 줄어드니 좋다만은,
유리창도 다 박히지 않은 곳을 왜 청소하는지... 정말 우리나라 건축은 알수가 없다.
특이한것을 발견한다.
요즘 아파트는 참 멋지게 짖는다. 자신은 고급이란 표시를 내고 싶어 안달이다.
그런데 빛좋은 개살구란 말이 여기에 해당되는것인가 모르겠지만,
아파트 외곽. 층 사이 사이 멋진 문양의 띠 모양 구조물이 있는데,
그게 다 스치로폼이다.
조금만 잘못 눌러도 깨진다.
몇개 해먹었다. 젠장 돌이나 나무처럼 꾸며놓고 스치로폼은 뭐냐.
역시 빈깡통이 요란하듯 겉만 번지르르 해봐야 실속이 없는것이 우리나라 건축 현실일것이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오다.
2시간을 넘게 지하철을 탄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생활에 치인 모습으로 타고, 내리고
나도 책을 보다 잠들고 깨고 이곳이 어디인가? 지나치진 않았을까? 불안해하다. 아직 도착전인
걸 안도하고 다시 책을 보다 구파발에 내려 아직도 공사중인 아파트 단지내로 들어간다.
나의 집(둘째형네 더부살이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