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1 토요일
학교에서 실시한 봉사활동이 있던 날이다.
하지만 날씨도 제법 쌀쌀한데다 전 시간에 본 수행평가마저 날 심란하게 해 썩 내키는 기분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하라는 것을.
그렇게 교문을 나선지 고작 2 ~ 3분 지났을까. 여기저기 물에 젖고, 밟힌 쓰레기들이 보였다.
분명 4 ~ 5개 반 정도는 앞서 지나갔을터인데, 쓰레기들은 당당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뭐, 작년부터 봐왔기에 새삼스레 의아해 할 것도 없었지만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씁쓸했다.
나름 착하다 생각하는 우리 반만 봐도 앞서 간 다른 반 상황은 볼 필요도 없겠지. . .
주머니에 손 넣고 친구와 떠들고, 놀고, 노래듣고. . .
친구와 떠들고, 노래듣는 것이 못마땅하다는게 아니다.
내 맘이 불편했던건 주머니에 넣은 손이었다. 솔직히 내가 보기엔 활동의지가 전혀 없어보였다.
물론, 겨울이라 추워서라고 생각 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1년간 봐온 바에 의하면 여름이건 겨울이
건, 계절이 변해도 주머니에 찔러넣은 손은 변할줄 몰랐다.
가끔 선생님이 나무라야 불만스러운 듯 몇 개 줍는 척. . .
열심히 줍는 애들이 바보 같아 보일 만치 산책 마냥 어슬렁 어슬렁. . .
극단적으로 말해 봉사활동 나올 필요가 없는 아이들이었다.
그렇게 불만 가득한 채로 목적지인 통일공원에 도착하므로써 봉사활동은 끝이 났다.
그 후 학교로 다시 돌아가면서 느낀 바는 다음부터는 우리모두가 좀 더 다른 마음가짐으로 봉사활동에
임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약 300명 이상의 인원이 나갔는데 돌아오면서 쓰레기가 그대로 라는것은 문제
가 아닐까. 내가 이 봉사활동을 외부에서 봤다면 그냥 단체 산책이 아니고 뭐로 보이겠는가 싶다.
고아원, 양로원 등을 찾아가는 것만 봉사활동은 아니다.
나름대로 바쁜 고등학교 생활에 이런 시간이 있으면 또 얼마나 있겠는가.
그런고로, 앞으로는 학교에서 하는 봉사활동이라도 한명, 한명이 제대로된 정신을 가지고 봉사활동에 임
해 보람있고, 의미있는 봉사활동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