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여
다들 이십년 만의 큰 눈이 내렸다 하여 아해들은 강아지 마냥 뛰치고
운전하는 이는 큰 소리로 불평을 하고 연인들은 손을 붙잡고 온세상이 잠시 눈으로 떠들썩 했었는데 나는 한낮을 자고 문가에 쌓인 눈을 휘휘 내젖고 앉아 담배를 피다 잠시 눈가가 젖었드랬소..
Cassandra Wilson이 참 나른도 하게 Time After Time을 재껴 부르고 있고 나는 마치 장마에 떠내려온 장작더미 젖은 몸새를 하고 밤새 늙은 짐승의 우울한, 수음을 한 얼굴로 하늘을 좀 바라 보았는데 눈이 참 이쁘게도 내립디다.
1994년 겨울은 참으로 추웠더랬소. 이 만큼은 아니지만 눈도 꽤나 쏟아졌고 휴가를 나온 일등병은 온통 꿈에 젖어 있었지. 종로 칸데라 불빛 사이로 지나가는 연인들은 더 없이 행복했고 얼큰히 술에 취한 나는 그대를 만나러 바쁜 걸음을 내딛다 넘어져 무릎을 까고 말았지.
그래도 너무 좋은 겨울 이었지...
오늘은 채비를 단단히 하고 길에 나섰다오.
그냥.. 머.. 난.. 그냥 예전 생각이 났어.. 그대가 즐겨 걷던 지름길하며 두 칸씩 성큼 올라 가던 계단하며 늘 창가 두번째 자리에 앉아 마시던 이천원짜리 커피숖도 한번 가봤고... 사실.. 채비를 그리 단단히 한 것도 아니였어.. When A Man Loves A Woman 요놈의 노래가 또 나올 껀 뭐람..
그냥.. 니 생각이 났어... 아... 지금 심정은 머랄까 ??
흐릿한 연애 감정도 아니고 글쎄.. 아직도 그리운 건 사실이지만 그건 잠시 뿐이 되어 버린걸.. 눈이 오니까...
20년만에 큰 눈이 왔다더라..
정말 많은 눈이 내렸어... 지금 그대는 팔짝 팔짝 뛰며 좋아했을까 ?
하하.. 내가 지금 편지 쓰는 곳에도 눈이 세개씩 몰아 떨어진다.
아.. 내일은 아마 널 찾아 갈지도 몰라.
아마 큰 눈이 내려 좀 늦으지도 모르니까 기다리지는 마.
뭐 나야 늘상 늦긴 했었지만 이번 만은 바줘... 이 말도 늘 했었지.. 하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