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축시 모음> 문정희의 '축복의 노래' 외 + 축복의 노래 사랑의 이름으로 반지 만들고 영혼의 향기로 촛불 밝혔네 저 멀리 반짝이는 아름다운 별 하나 둘이 함께 바라보며 걸어가리라 오늘은 새 길을 떠나는 축복의 날 내딛는 발자국마다 햇살이 내리어 그대의 맑은 눈빛 이슬 맺혔네 둘이서 하나되어 행복의 문을 열면 비바람인들 어이 눈부시지 않으리 추위인들 어이 따스하지 않으리 아아 오늘은 아름다운 약속의 날 사랑의 이름으로 축복하리라 (문정희·시인, 1947-) + 우주의 놀이 - 함민복·박영숙 결혼에 부쳐 천년 고목도 한때는 새순이었습니다. 새 촉이었습니다. 촛불을 밝힌다는 것은, 새 싹 기둥을 세우고 첫 잎으로 지붕을 얹는 일입니다. 온 누리 사람들 처음엔 모두 갓난아이였습니다. 배냇짓이었습니다. 장가든다는 것은, 이슬 비치는 자궁 앞에 무릎을 꿇고 글을 받아내는 작가가 되는 일입니다. 대팻밥 아기기저귀를 함께 차는 일입니다. 태초의 말씀들 두근두근 옹알이였습니다. 숨결마다 시였습니다. 시집간다는 것은, 떡잎 합장에 눈 낮춰 맞절하며 말씀을 숭배하는 것입니다. 새싹이 자라 숲이 됩니다. 아기가 자라 세상이 됩니다. 살림을 차린다는 것은, 새싹 신랑신부의 영원한 소꿉놀이입니다. 사랑사랑, 배냇짓 춤입니다. 화촉을 밝히는 순간, 태초가 열립니다. 거룩한 우주의 놀이가 탄생합니다. (이정록·시인, 1964-) + 어느 老생물학자의 주례사 오늘 새로이 인생의 첫걸음을 내딛는 신랑과 신부에게 내가 평생 실험실에서 현미경으로 기생충을 들여다본 학자로서 짧게 한마디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말미잘이 소라게에게 기생하듯이 그렇게 상리공생(相利共生)할 것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개미와 진딧물, 콩과 뿌리혹박테리아 그런 사이만큼만 사랑을 해도 아주 성공한 삶이 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해삼과 숨이고기처럼 한쪽만 도움 받고 이익을 보는 편리공생(片利共生)하지 말고 서로가 서로의 밥이 되는 아름다운 기생충이 되세요 이상 (이가림·시인, 1943-) + 아름다운 풍경 작은 불씨를 모아가며 사랑을 이루었으니 마지막까지 불꽃으로 타올라야 한다 막 피어오르는 꽃망울로 만나 사랑을 꽃피웠으니 풍성한 열매를 맺어야 한다 어느 날인가 불어온 바람으로 만났으니 구름을 불러 한바탕 쏟아져 내리는 비처럼 후회 없는 사랑을 해야 한다 작은 가슴을 태워가며 사랑을 했으니 후회 없는 웃음으로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너와 내 가슴에 사랑의 흔적이 언제나 남아 있도록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가며 사랑을 해야 한다 (용혜원·목사 시인, 1952-) + 신부에게 온실에서 갓 나온 꽃인 양 첫걸음을 내디딘 신부여 처음 바라보는 빛에 눈이 부실 테지요. 세상은 눈부시게 밝은 빛이 있는가 하면 어두운 빛도 있답니다. 또한 기쁜 일도 있을 것이고 슬픈 일도 있답니다. 그러나 세상을 살다보면 쓴맛이 더 많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렇다고 이 세상은 괴로움만도 또한 아닙니다. 신부님 곁에는 함께 살아갈 용감하고 튼튼한 신랑이 있습니다. 서로 위로하고 사랑하고 양보하면은 더 큰 복을 받을 테지요. 신부여, 성실과 진실함이 함께 한다면 두 사람은 누구보다 행복의 승리자가 될 것입니다. 용기와 힘을 합쳐 보세요. 그러면 아름다운 꽃이 필 것이며 튼튼한 열매가 맺어질 것입니다. (천상병·시인, 1930-1993) + 신랑 신부 어머니 - 화촉점화 분홍색 저고리에 남색 치마 차려입고 이 어미 단상에 화촉 밝히니 사랑하는 아이야 불꽃같은 삶을 살아다오 차가운 곳에 온기로 어두운 곳에선 빛으로 바람 앞에선 몸 사릴 줄 아는 지혜로 너의 살림을 꾸려가다오 애지중지 키워 온 생때 같은 내 새끼야 상수리나무 숲에 가을이 스밀 땐 서녘하늘 먼 자락 감귤색 노을이 한창일 게다 이 세상 무엇도 부러워 말고 네 아이들 키만큼 감성의 불을 밝혀 앞마당 작은 돌도 알뜰히 비추며 햇살처럼 고이고이 살아가다오 (강미숙·시인, 1963-) + 사랑의 사람들이여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사랑의 깊이를 확인할 수 있는 두 사람이 꽃과 나무처럼 걸어와서 서로의 모든 것이 되기 위해 오랜 기다림 끝에 혼례식을 치르는 날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라 둘이 함께 하나 되어 사랑의 층계를 오르려는 사랑의 사람들이여 하얀 혼례복처럼 아름답고 순결한 기쁨으로 그대들의 새 삶을 채우십시오 어느 날 시련의 어둠이 닥치더라도 함께 참고 함께 애써 더욱 하나 되는 사랑의 승리자가 되어 주십시오 서로가 서로에게 문을 열어 또 한 채의 "사랑의 집"을 지으려는 사랑의 사람들이여 사랑할수록 애틋하게 타오르는 그리움과 목마름으로 마침내는 주님의 이름을 나직히 불러보는 고운 사람들이여 어떠한 슬픔 속에서도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은 오직 사랑만이 기도이며 사랑만이 영원하다는 것을 그대들의 삶으로 보여 주십시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사랑하는 딸이 결혼하는 날 딸아! 이보다 더 행복한 날이 어디 있으랴 오늘 너의 모습은 바람 날개를 달고 구름수레를 탄 어여쁜 천사 같구나. 면사포 너울 속에 수줍게 가려진 너의 볼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곱디고운 석류처럼 윤기가 나는 구나 언제인가 유난히도 달빛이 밝은 밤에 무심히 내다 본 해송 숲 해변가에서 자유롭게 뛰놀던 한 쌍의 노루처럼 선한 눈빛 사랑을 실천하는 향기로운 입술로 잎을 내고 꽃 피운 달콤한 풀잎 향 집안 가득 채워라 흐르고 흘러도 쉬지 않고 솟구치는 깊은 계곡 샘에서 맑은 물 퍼 올리며 무지개 빛 영롱한 새벽이슬에 마른 목축이고 향기 가득한 풀 언덕에서 사랑 꽃 피우며 꿈이 가득한 너희 둘의 눈빛 열정이 가득한 두 가슴 하나 되어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로 너와 함께 동행하신다고 약속하신 하나님 품에 포~옥 안겨 일생동안 행복하여라 사랑한다. 나의 사랑하는 딸아! (김귀녀·시인, 1947-) + 결혼을 위한 축시 우리는 기쁘게 살아야 한다 눈빛이 마주치면 푸른 별빛이 되고 손을 맞잡으면 따스한 손 난로가 되고 두 팔을 힘주어 얼싸안으면 뜨겁게 감동하는 우리는 서로에게 기쁨이 되어 살아야 한다 얼마나 길게 살 거라고 잠시나마 눈을 흘기며 살 수 있나 얼마나 함께 있을 것이라고 아픈 곳을 건드리며 살거나 우리는 기쁘게 살아야 한다 나 때문에 당신이 당신 때문에 내가 사랑을 회복하며 그렇게 기쁘게 살아야 한다. (이동진·시인, 1945-) + 결혼 축시 이제는 두 사람이 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이제는 한 사람이 두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이제는 한쪽 눈을 감으리라. 서로에게 필요한 눈은 상대방에 눈일 테니까. 이제는 한쪽 귀를 막으리라. 서로에게 필요한 귀는 상대방에 귀일 테니까. 이제는 젊으나 늙으나 함께 해야 합니다. 이제는 아플 때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 해야 합니다. 이제는 사랑과 행복과 인내와 꿈을 함께 해야 합니다. 이제는 나의 왼쪽 심장을 상대방에게 떼어 주리라. 이제는 나의 왼쪽 심장을 상대방에게 떼어 주리라. 오늘 그대와 나는 자신에게 약속합니다. 아니, 그대와 나는 하나님 앞에서 약속합니다. 이제는 한 사람이 두 사람이 되었고, 두 사람이 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작자 미상) + 행복하여라 그분이 맺어 주셨을까 오누이같이 다정한 두 사람 드넓은 우주에서 만난 그 예쁜 인연 단풍의 불덩이로 익어 오늘 백년가약을 맺네. 세상살이 희로애락 함께하는 한 쌍의 원앙(鴛鴦)으로 이 지상에서 저 하늘까지 세월의 이랑마다 사랑의 꽃씨 심으며 행복하여라 영원히 행복하여라 (정연복·시인, 19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