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의 대지를 견디고 있는 나목처럼
그렇게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꽃 한 송이 피우기 위해 제 생애 바친
깜깜한 땅 속의 말없는 뿌리처럼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아무것도 누리지 못해도
온몸으로 한 사람을 껴안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아무도 원망하지 않는
잔잔하고 따뜻하며 비어 있는 그 마음이
앉거나 걷거나 서 있을 때도
피처럼 온몸에 퍼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김재진·시인, 1955-)
+ 사랑을 위한 기도
내일은
오늘처럼 살지 않게 하소서
하루해가 뜨고
하루해가 지기까지
나에 대한 실망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다짐을 하면 할수록
거듭되는 실패를
따뜻하게
보듬게 하여 주소서
반복되는 시련도 절망도
어두운 나를 알아
당신 앞에
한없이 낮아지는 일
사랑은
천천히 완성되는 것
나로부터 너에게로
소리 없이 스며드는 것
나로 하여
서두르지 않게 하소서
너를 사랑하기 위하여
먼저 나를 사랑하게 하소서
(홍수희·시인)
+ 사랑을 위한 기도
사랑하게 해 주소서
한 사람을 사랑하게 해주소서
오직 순백한 마음으로 한 사람을 원하노니
그 소원이 이루어지게 해주소서
바람이 일면 그 사람의 따뜻한 옷이 되고 싶고
비가 오면 그 사람의 작은 우산이 되고 싶나이다
오직 사랑하는 사람을 한마음으로 사랑하노니
사랑하게 해주소서
한 사람을 영원히 내 곁에 머물게 해주소서
그 사람의 미소가
하얀 그 미소가
그 입가에 가득하게 해주소서
마지막 내 소원입니다
그 사람으로 인해 한 사람을 위한 간절한
마음을 받아 주게 하소서
(심성보·시인)
+ 주여 사랑을 주시옵소서
주여!
생명의 주인이시여!
우리의 영혼 위에
생명의 생수를 부으소서.
생명의 생수는 사랑.
부귀도 명예도 사랑 없이는
아무 것도 아닌 것.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절망이며 형벌.
주여! 사랑을 주시옵소서.
주여!
생명의 주인이시여!
우리의 영혼 위에
생명의 양식을 내리소서.
영혼의 양식은 사랑.
구원도 영생도 사랑 없이는
아무 것도 아닌 것.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멸망이며 죽음.
주여! 사랑을 주시옵소서.
(정태현·시인, 1957-)
+ 사랑하고 용서하며
날마다 습관적으로 되풀이하는 기도보다는
가장 가까이 함께 사는 이들에게
사랑을 실천할 수 있도록 지혜를 주십시오.
지상에 머무는 동안
참으로 용서하기 어려운 이들에게도
내가 먼저 당신처럼 용서할 수 있도록
겸손과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나누면 나눌수록 커져가는
사랑의 기쁨을 꽃 피우게 해 주십시오.
아무리 힘들고 외롭다고 하더라도
빛으로 오시는 당신을
내 안에 모시고 살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나의 생각과 말도 당신의 사랑으로 바꾸어 주십시오
(권태원 프란치스코·시인, 1950-)
+ 사랑을 내게 보내주소서
존재의 중심으로 스며들어가는 사랑을
나에게 보내주소서.
또 존재의 중심으로부터 생명이 가지를 치는
사랑을 나에게 보내주소서.
존재의 중심에서 생명이 가지를 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보이지 않는 수액처럼 퍼져가는
사랑을 보내주소서.
평화의 충만으로 가슴을 진정시키는
사랑을 내게 보내주소서.
(타고르·인도 시인이며 사상가, 1861-1941)
+ 사랑의 기도
저의 하느님, 하느님을 사랑하나이다.
이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오로지 하느님만 사랑하기를 바라나이다.
한없이 좋으신 하느님, 하느님을 사랑하나이다.
한순간이라도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고 사느니보다
하느님을 사랑하다 죽기를 더 바라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