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관한 시 모음> 정연복의 '마음의 잔' 외 + 마음의 잔 인생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술을 따라준다 기쁨과 슬픔의 술 사랑과 미움의 술 행복과 불행의 술 희망과 절망의 술 갖가지 맛의 술을 모든 사람에게 공평히 따라준다. 하지만 작은 잔은 많은 술을 받을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술을 따라준들 헛되이 흘러 넘치고 만다. 한번 왔다 가는 인생살이 그 맛에 질펀하게 젖으려면 간단하다 별다른 것 필요치 않다 생김새는 좀 못났어도 통은 크고 넓은 마음의 잔 하나 늘 준비하고 있으면 된다. + 마음의 바다 몇 시간 소낙비 내리면 얕고 좁은 개울물은 금방 차고 넘친다 하지만 장대비가 억수로 퍼부은 빗물도 넓고 깊은 바다에 잠기면 별것 아니다. 가끔은 맘속에 바다를 품어야 한다 살아가면서 켜켜이 쌓이는 눈물과 슬픔 삶을 짓누르는 갖가지 근심 걱정 이런 것들 모두 흘러들어 잔잔해지는 마음의 바다 하나 있어야 한다. + 마음의 꽃밭 마음속에 아담한 꽃밭 하나를 일구자 예쁜 꽃 송이송이 피어날 꽃씨들을 심어보자 믿음과 소망과 사랑의 꽃씨를 많이 심자 용서와 화해와 화합의 꽃씨도 곳곳에 심자 자유와 평화와 평등의 꽃씨도 더러 심자 날마다 물도 주고 정성껏 가꾸어 가자 잡초가 자라면 정기적으로 제거하자 예쁜 꽃들이 피어날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자 아름다운 세상을 내 맘속에서부터 이루어가자. + 마음의 대문 좀팽이가 되기는 아주 쉽다 마음의 빗장 살짝 걸어 잠그고 자기만의 동굴에 꽁꽁 갇혀 살면 된다. 큰 사람이 되는 것도 별로 어렵지 않다 마음의 대문 활짝 열어놓고 남들과 어울려 사이좋게 살아가면 된다. 지금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가 쩨쩨한 좀팽이인가 통 큰사람인가 내 마음의 대문 열려 있는가 닫혀 있는가. + 마음의 날씨 날씨가 흐리거나 맑음은 어찌할 수 없다 인간이 개입할 수 없는 자연의 영역이다 하지만 마음의 날씨는 내 자신이 만들어갈 수 있다. 잔뜩 흐린 날에도 마음을 맑게 가질 수 있다 화창하게 개인 날에도 마음이 흐릴 수 있다 나의 의지와 생각에 따라 마음의 풍경이 달라질 수 있다. 마음의 날씨라고 해서 언제나 맑을 수는 없겠지만 되도록 맑고 밝은 마음이라야 더 좋은 인생을 살아갈 수 있으리. + 마음의 성숙 눈에 띄게 예쁜 꽃들만 좋아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상처 없는 낙엽만 골라 책갈피에 꽂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지는 꽃들 앞에서도 잠시 걸음이 멈춰집니다 이제는 흉터 많은 낙엽에게도 자꾸만 눈길이 갑니다. 지는 꽃도 더없이 아름답고 나도 상처투성이 낙엽을 닮았음을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씩 더 깊이 깨닫게 됩니다. + 내 마음의 난로 몰아친 한파에 세상이 꽁꽁 얼어붙었다 찬바람 불어 움츠러드는 몸을 어쩔 수 없다 겨울의 끝은 아직 아득히 멀기만 한데 이 긴긴 겨울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겨울의 고통이라면 겨울을 원망하지 말고 편안한 맘으로 받아들이자 좋은 생각을 많이 하고 겨울 너머 봄을 소망하면서 마음속에 난로 하나를 피우자 따뜻한 사랑의 마음으로 추위를 이기자.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pkom5453@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