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노래하는 시 모음> 정연복의 '하늘' 외 + 하늘 하늘은 참 크고도 넓다 뭐든지 담을 수 있다 셀 수 없이 많은 은하수 해와 달과 별 각양각색의 구름 오색 영롱한 무지개 하늘은 이 모든 걸 넉넉히 품어준다. 비어 있으니까 텅 비어 있으니까 하늘은 그 비움 속에 모든 걸 담아낼 수 있다 공(空) 비움! 참 좋은 거다 실로 대단한 거다. + 하늘 세탁소 오늘 하늘은 끝없는 연파랑 바다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투명하다.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니 내 속이 환히 보인다 세상살이의 온갖 때로 얼룩진 내 삶의 모습이 드러난다. 남들에게는 말 못해도 나 스스로는 잘 알고 있는 것 욕심과 시기와 미움 불평과 이기심과 경쟁심.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추하고 부끄러운 나의 내면 저 하늘 바다에서 말끔히 세탁하고 싶다. + 하늘을 우러러 하늘을 우러러 살아가는 것들은 그 삶이 참 그윽하고 아름답다. 산들을 보라 나무들을 보라 한평생 하늘을 우러르며 사니까 늘 평화롭고 고요하며 평안한 모습이다. 하늘 저 높은 곳에 영원히 살아 계신 '그분'께선 하늘을 우러러 사는 겸손하고 착한 것들을 알뜰히 굽어살피시며 정성껏 사랑으로 지켜주신다. + 하느님의 말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투명한 쪽빛 가을 하늘 오래도록 바라보았더니 문득 하느님의 말씀 귀에 들리는 듯합니다. '얘야, 오늘은 하늘이 참 좋지? 내가 너를 위해 정성껏 준비한 선물이란다. 세상 살아가는 일 힘들다고 울지 말렴 마음을 하늘같이 크고 환하게 가지렴. 겁내지 말고 슬퍼하지도 말고 그냥 즐겁게 살아가렴 그러면 되는 거란다 내가 너를 꼭 지켜줄 거야.' + 하늘 품속 산 산이 사시사철 편안한 느낌을 주고 그 품이 넓고 너그러운 것은 우연이 아니다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늘 하늘에 푹 잠겨 있으니까 하늘 품속에서 평화와 안정을 느끼니까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평생토록 산은 아무런 걱정 없이 느긋하고 평안한 거다. + 하늘과 산과 나 파란 가을 하늘의 품 넓고도 넓어 저기 우람한 도봉산도 그 품에 안겨 있네. 나는 도봉산의 품속으로 들어가네 착한 산은 말없이 나를 포근히 안아주네. 하늘은 산을 품고 산은 나를 품어 나도 하늘의 품에 편안히 안기어 있네. 산의 품속 하늘의 품속에서 세상살이 근심 걱정 잠시 잊네. + 하늘 이윽고 긴긴 겨울도 가는가 오늘은 봄기운 완연하다 겨우내 움츠렸던 나무의 몸들 솔솔 실바람 더불어 봄의 왈츠를 즐기는데 오! 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이 끝없이 펼쳐진 연파랑 순수의 도화지. 그래, 한세상 살아가는 일이 그리 만만치는 않아 이 맘 아플 때 많더라도 저 파란 하늘 하나 내 마음에 가질 수 있다면 더러 고달픈 삶도 사랑도 너그러운 이해와 용서 속에 행복한 일이 되겠지 하늘 닮은 영혼 하나 농사 짓는 고귀한 인생살이 되겠지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pkom5453@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