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를 묵상하는 기도> 정연복의 '모래 한 알' 외
+ 모래 한 알
나는 당신의 끝없이
너른 백사장(白沙場)
이름 없는
모래 한 알입니다
당신의 은총의 햇살
늘 비추어주소서.
+ 모래알의 기도
너른 백사장(白沙場)의
모래알 하나
이것이 '나'라는 존재임을
조금씩 깨달아 갑니다.
이렇게 보잘것없는 저를
당신이 사랑하신다니
이렇게 작디작은 제가
당신을 생각하다니
놀랍습니다
기적입니다
헤아릴 길 없는
참 신기한 일입니다.
크고도 크신 하느님!
내 생명의 주관자
내 삶의 주인이시여
당신의 은총의 햇살
늘 비추어 주소서.
+ 6월의 기도
날로 짙어 가는 초록 이파리들 따라
나의 생도 조금씩 깊어지게 하소서
쓸쓸히 지는 장미꽃 덤불 아래
내 목숨의 끝 생각하게 하소서
+ 나를 위한 기도
나는 당신이 지으신 광활한 우주 속
한 점 먼지 같은 존재임을 알게 하소서
당신이 어여삐 보시는 이 목숨
금쪽같이 여기게 하소서
삶의 기쁨과 행복, 슬픔과 고통
모두 당신의 선물로 생각하게 하소서
내 생명의 시작과 끝에
당신의 손길 있음을 잊지 않게 하소서
+ 이슬방울의 기도
나는 작은데
너무나도 작은데
햇살 닿으면
눈부시게 빛나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그란 보석이 되어요
하지만 조금 있다
말라 없어져요
주님!
제게 빛나는 생명 주시니
감사해요
그 생명 조만간
거두어 가실 것도 감사해요
사나 죽으나
저는 당신 것이니.
+ 실바람의 기도
나는 바람 중에서도
가장 여린 바람
불어도
부는 것 같지 않아요
열심히 살아보아도
거의 티가 나지 않아요.
하지만 주님!
세상에는 저 때문에
흔들리는 것들도 있어요
허공에 매달려 있는
가느다란 거미줄
가지에 달린
작은 꽃잎
꽃잎에 맺힌
이슬방울이 그래요
보일 듯 말 듯
미세하게 흔들리는 거예요.
오, 주님!
없는 듯 있는
저의 작디작은 힘으로
세상 풍경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참 놀라워요.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pkom5453@hanmail.net